유엔 키프로스 평화유지군 대원들이 지난 2월 17일 분단된 수도 니코시아에서 남부의 키프로스 공화국과 북부의 북키프로스 터키공화국 사이를 가르는 완충지대를 순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교수신문은 매년 말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그해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2023년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됐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짚었다. 의로움 대신 각자도생이 대세가 된 것은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감염병 대응만큼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분야도 드물지만 전 세계는 협력보다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의 빠른 확산은 각자도생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지난달 15일 에볼라 질병 유행을 공식 선언한 뒤 보름 만에 의심환자가 1100명을 넘어섰고, 확진 사망자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빠른 확산 속도다. 민주콩고와 국경을 맞댄 우간다뿐 아니라 브라질·이탈리아에서도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에볼라의 급속 확산에는 망자의 시신에 손을 대는 현지 장례문화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 축소도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에볼라 예방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담당한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시켰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했다.
2차 세계대전 뒤 구축된 국제협력 질서의 상징인 유엔조차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8월 중순쯤이면 현금이 바닥날 상황이다. 유엔 예산의 22%와 20%를 분담하는 미국과 중국이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이 비효율적이라며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도 분담금을 유엔 영향력 확대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유엔은 대대적 긴축에 들어가 아프리카 분쟁 지역 평화유지군 철수를 앞당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앞에서 유엔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엔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갈수록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기후위기, 감염병,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불평등 등 인류가 함께 대응할 과제 역시 쌓이고 있다. 유엔이 손을 놓는다면 국제사회의 각자도생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