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기지개센터 ‘창립 멤버’ 양정희·장동현 매니저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전담 지원센터인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서 일하는 양정희(왼쪽)·장동현 매니저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년 사회복귀 돕기 위해 설립
임상심리사 등 전문가 26명 근무
심리상담·일 경험 프로그램 운영
“도전·실패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
그들 속도에 맞추며 용기 북돋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 자리 잡은 ‘서울청년기지개센터’(기지개센터)에 들어가면 공동부엌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따뜻한 색감으로 꾸민 ‘내 방’도 마련돼 있다. 내 방 벽면에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쓴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책 속 문장을 써서 붙인 것으로, 센터 프로그램인 ‘일 경험’에 참여 중인 청년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이 모든 공간은 기지개센터가 ‘집 속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구성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집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 편히 쉬어가라는 취지다. 눈에 띄지 않게 쉴 수 있도록 조성된 휴게시설부터 다양한 신간이 비치된 도서관까지 모두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사회에 나가기 위한 연습을 한다. 마음돌봄, 집단 심리상담, 워크숍 등 심리정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며 관계맺기, 대화기술 등도 배운다. 최종 목표는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지만 센터 직원 누구도 고립·은둔 청년에게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기지개센터는 고립·은둔 청년을 전담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2024년 4월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직원 26명이 고립·은둔 청년 전담 업무를 한다. 대부분 사회복지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청소년 상담사 등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양정희(52)·장동현(34) 매니저는 기지개센터의 ‘창립 멤버’다. 양 매니저는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든 고립·은둔 청년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의 한쪽 벽면에 청년들이 직접 필사한 책 문장들이 붙어 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죠. ‘스스로 나오지 않는 건 의지가 없어서’라고요. 그런데 고립·은둔 청년은 못하는 거예요. 할 수가 없는 거죠. 모의 면접을 해보면 10명이 오기로 했어도 4명은 끝내 못 옵니다. 진짜 면접이 아닌데도 집 밖을 나서려는 순간 신체에서 이상 반응이 오는 거예요. 이건 의지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에겐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거예요.”
그들이 센터까지 올 수 있도록 힘을 북돋는 것도 양 매니저의 역할이다. 그는 “그 청년들이 한 발짝을 떼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한 발자국을 뗄 수 있게 기다려주고 도와주기 위해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고립·은둔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청년은 많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신청한 청년은 2024년 1837명에서 지난해 5395명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도 5월 초까지 1615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 기지개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 찾아왔어도 그다음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재고립·은둔할 가능성이 크다.
양 매니저는 센터에서 ‘기지개 컴퍼니’를 운영한다. 청년들이 실무 기반의 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 경험 프로그램은 3개월 단위로 시행된다. 매회 고립·은둔 청년들은 센터 내에서 각자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한다. 역할은 스낵바 운영, 공간 관리, 리필 스테이션 관리, 데스크 업무 등 다양하다. 일 경험은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장 매니저는 “지금 청년들은 ‘실패할 수 있는 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를 찾는 청년들에게 ‘최소 1개 프로그램이라도 끝까지 해보자. 여긴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밖에 없으니 도전도 하고, 실패도 같이 해보자’고 늘 말한다”며 “그들의 속도에 맞춰 같이 가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발을 딛고 나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