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1938 타이완 여행기’ 등
역사 속 여성·약자 목소리 다뤄
“식민시대 못 떠난 현실 말하려 해”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관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직 타이완만 가능한 이야기를 어떻게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타이완을 위해 이 상을 꼭 타고 싶었다.”
지난달 20일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양솽쯔는 역사소설을 쓴다. 주로 대만(타이완)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놓였던 1900년대 초반이 배경이다. 부커상을 수상한 <1938 타이완 여행기>(마티스블루)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식민지 대만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샤오첸)의 도움으로 현지 곳곳을 여행하며 풍경과 음식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꽃 피는 시절>도 1920년대 일제강점기 타이중으로 타임슬립한 현대 소녀의 이야기다. 여성 간 사랑을 다룬 장르 ‘백합소설’과 역사소설을 결합해 주목받았다.
비극적 역사의 현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 대만을 돌아보는 소설은 대만만의 독특한 정치사회적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속에서 소외된 여성과 약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현시대 세계 문학계의 요구와 맞닿는다.
1일 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작가는 서울 중구의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 연구자로서 생각해보자면, 세계 (문학의) 방향이 같은 곳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나의 책도) 여성 의제를 다루고 국가가 역사를 통해 민족에게 어떤 폭력을 가했는지 사회 가장자리에서 주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지점이 번역가 린킹에 의해서 문학적으로 잘 구현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현대소설을 전공했다.
양솽쯔는 “타이완을 위해서 이 상을 타고 싶었다”며 “현재 국제 정세에서 타이완은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타이완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부커상 수상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기 전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을 만나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대만 작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은 중국어로 쓰였는데, 중국어 작품이 이 상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다만 이 책이 중국에 정식 출간되지는 않았다. 작가는 “몇차례 판권 문의가 왔지만, 중국에 정식 발매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2014년 대만의 민주주의 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을 포함해 중국의 내정 간섭에 항의하는 시민사회 운동에 여럿 참여했다. 그의 작품에도 이런 성향이 담겼다. 양솽쯔는 “한국이 일제강점기 이후 광복을 맞았지만, 대만은 국민당 정권이 이주해온 뒤 38년 동안 계엄을 겪었다. 진정한 광복이 아니었다. 소설에서 100년 전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결국 식민시대를 진정으로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1938 타이완 여행기>도 여행과 미식에 대해 얘기하는 캐주얼한 것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역사와 정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대만인 통역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100년 전 언어와 지금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지금 만다린어(중국어)를 사용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모어는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만다린어로) 말을 하면서도 모국어로서 통역 과정을 거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싶었다. 상을 받아 이런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또한 행복한 (상의) 부산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