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우파’ 신인, 1차 투표서 1위
오는 21일 좌파 연합 후보와 대결
범죄예방·경제 정책 등 ‘극과 극’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친트럼프·강경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 조국수호당 후보(47·사진)가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콜롬비아도 중남미 우경화 흐름인 ‘블루 타이드’에 합류할지 주목된다.
콜롬비아 국립민사등록국이 발표한 대선 1차 투표 예비 결과에 따르면 데라 에스프리에야 후보가 43.7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집권 좌파 연합 ‘역사적 협약’의 이반 세페다 카스트로 후보는 40.9%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중도우파 민주중앙당의 팔로마 발렌시아 라세르나 후보는 6.92% 득표에 그쳤다.
콜롬비아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후보 2명은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데라 에스프리에야 후보와 세페다 후보는 오는 21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데라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세페다 후보의 우세를 예상한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1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21일 안에 콜롬비아의 역사를 바꾸겠다”며 “이성으로든 무력으로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페다 후보는 이날 일부 투표소에서 비정상적인 개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4년 단임제 규정에 따라 출마하지 못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예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지자들 환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에서 강경 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 조국수호당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자 지지자들이 칼리에서 축하 행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사 출신의 정치 신인인 데라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호랑이를 자신의 마스코트로 삼고 선거 기간 범죄 척결에 대해 강경 노선을 내세웠다. 그는 무장 범죄조직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이들의 근거지를 폭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정글에 10개의 초대형 교도소를 건설할 것도 약속해 이웃국 엘살바도르에서 ‘범죄와의 전쟁’ 중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에 비견됐다. 이외에도 미국·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 강화, 세금 인하, 석유 탐사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인권운동가 출신이자 암살당한 정치인 마누엘 세페다 바르가스의 아들인 세페다 후보는 사회적 포용·인권·민주주의를 강조한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페트로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아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범죄율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또 농촌 지역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농지 개혁을 이어갈 뜻도 밝혔다.
이번 결과는 페트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콜롬비아는 4년 전 대선에서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되며 약 200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오랜 문제인 범죄 척결을 위해 범죄조직과 휴전 협상을 추진하는 ‘완전한 평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는 범죄세력의 힘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회보장 확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재정난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약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번 선거는 콜롬비아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처럼 우경화 흐름에 합류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칠레와 온두라스 대선에서는 친트럼프 성향의 우파 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