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2024년 국군방첩사령부의 계엄 관련 내부 실무 계획(문건)이 작성된 것과 관련해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이 부임하기 전에 문건 작성이 완료됐다”는 방첩사 내부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 부임 이후 그가 12·3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는데, 이와 다른 내부 증언이 나온 것이다. 특검은 다만 문건이 실제 시행된 시점은 여 전 사령관 부임 이후라고 보고 비상계엄과 문건간 연계성을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이날 방첩사 소속 A중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2024년 합동수사본부 운영 계획’은 여 전 사령관이 부임하기 전에 사실상 작성이 완성됐다”는 취지 진술을 확보했다.
합동수사본부 운영 계획은 계엄 상황에서 방첩사 위주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질 때 편성 등 실무 내용을 담은 방첩사 내부 문건이다. 방첩사는 매년 이 문건을 업데이트해 새 판본을 작성한다. 2024년판에는 이전과 달리 경찰, 해양경찰, 수도방위사령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서 대규모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합수본을 구성하는 안이 담겼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여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이 광범위한 합수본 운영 문건을 만들었다고 의심한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이 부임한 뒤인 2024년 초에 여 전 사령관이 최종 결재해 문건이 시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건 작성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전해진 A중령은 이같은 정황을 부인했다. A중령은 특검 조사에서 “합수본 운영계획은 그해 훈련 결과를 토대로 다음 해 계획을 수정·보완하는데 2024년 계획은 2023년도 훈련 결과를 반영해 2023년에 이미 만들어 놓았다”며 “2023년 10월 사령관 교체를 앞두고 결재가 미뤄지면서 2024년에 여인형 신임 사령관이 기안문에 결재만 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 해경 등이 포함된 배경에 대해 A중령은 “(12·3 비상계엄 등을 염두에 뒀다기보단) 국가정보원에 안보수사권이 없어진 상태에서 비상시 합수본이 효율적으로 수사 활동을 하려면 유관 수사기관이 포함되는 게 맞는다는 내부 논의를 거쳐 해경 등을 포함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은 일단 문건이 최초 작성된 시점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점에 따라 문건에 해경 등을 포함해 대규모 합수단을 꾸리도록한 목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 전 사령관 전임인 황유성 전 방첩사령관은 앞선 특검 조사에서 “2024년 합수본 운영 계획을 처음 본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문건이 여 전 사령관 부임 전에 만들어졌더라도 최종 결재 후 시행된 시점은 여 전 사령관 부임 이후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검이 여 전 사령관 주도로 문건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의심하는 배경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은 전·현직 방첩사 관계자를 추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이 문건을 최초 기안한 B중령(당시 소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