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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술과 마약, 성범죄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독일의 클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독일 음악공연장연합회 이사 마르크 볼라베는 영국 가디언에 "클럽은 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극장에 훨씬 가깝다"며 "오페라나 연극처럼 문화시설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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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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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도 ‘입구컷’, 세계서 가장 입장 어렵다는 클럽···유흥 아닌 ‘문화시설’ 되나

입력 2026.06.02 06:00

수정 2026.06.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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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민정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독일이 ‘클럽 구하기’ 나선 배경은

‘클럽’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술과 마약, 성범죄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독일의 클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독일 정부가 나이트클럽을 성매매업소, 카지노와 같은 유흥업소 범주에서 떼어내 ‘문화시설’로 재분류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내각은 관련 건축법 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아직 의회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지 의견이 많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독일 클럽 업계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에 위치한 테크노 클럽 ‘어바웃 블랭크(://about blank)’의 내부 모습. 어바웃 블랭크 인스타그램 갈무리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에 위치한 테크노 클럽 ‘어바웃 블랭크(://about blank)’의 내부 모습. 어바웃 블랭크 인스타그램 갈무리

일론 머스크도 ‘입뺀’ 당했다는 그곳

독일, 특히 수도 베를린에서 클럽은 단순한 유흥시설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적인 테크노 클럽 ‘베르크하인(Berghain)’입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입장하기 가장 어려운 클럽’으로 유명한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입장 거부당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베르크하인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도 입장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는 “웃지 말 것”, “줄 서면서 친구와 시끄럽게 떠들지 말 것”, “관광객처럼 보이지 말 것”, “과하게 꾸미지 말 것” 같은 각종 입장 요령이 공유됩니다. 심지어 입장 심사를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등장했습니다.

베를린 클럽 입장 시뮬레이터 #johnpark #berlin #techno #technoclub #berghain

베르크하인의 입장 여부를 결정하는 ‘문지기’ 스벤 마르크바르트는 베를린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외모보다 음악과 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중요하게 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작가 스벤 마르크바르트가 독일 베를린의 모드하우스 얀도르프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패션 위크 2014 봄/여름 시즌 패트릭 모어 쇼에 참석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사진작가 스벤 마르크바르트가 독일 베를린의 모드하우스 얀도르프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패션 위크 2014 봄/여름 시즌 패트릭 모어 쇼에 참석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클럽, ‘밤 문화’ 넘어 ‘도시 정체성’

“클럽 하나에 왜 이렇게 유난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클럽 문화는 단순한 밤 문화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1960~70년대 학생운동과 반전운동을 거치며 독일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문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졌습니다. 이후 탈산업화 과정에서 빈 공장과 창고들이 공연장과 클럽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베를린 곳곳의 폐공장과 산업시설은 새로운 문화 실험장이 됐습니다. 베르크하인 역시 옛 발전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입니다.

여기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 테크노 음악이 유입되면서 베를린은 세계적인 전자음악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2020년 7월 독일 베를린의 테크노클럽 베르크하인에서 방문객들이 사운드 설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2020년 7월 독일 베를린의 테크노클럽 베르크하인에서 방문객들이 사운드 설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오늘날 베를린의 클럽은 단순히 춤추고 술 마시는 장소가 아닙니다. 음악과 예술, 패션이 만나는 대안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해 베를린 패션위크에서는 베르크하인 내부에서 런웨이 쇼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문화 관계자들은 베를린 클럽 문화가 매년 15억 유로(약 2조6349억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독일 클럽들…‘클럽의 죽음’ 막아라

하지만 최근 들어 독일 클럽들은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임대료 급등과 재개발, 소음 민원,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문화가 겹치면서 이른바 ‘클럽슈터벤(Clubsterben·클럽의 죽음)’ 현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대표 클럽인 슈부츠, 워터게이트, 멘쉬 마이어 등은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업계는 현재 베를린 클럽의 절반가량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클럽의 법적 지위도 문제로 꼽힙니다. 현재 독일에서 클럽은 ‘유흥시설’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소음 규제에 취약하고 입지 제한도 많습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독일 음악공연장연합회 이사 마르크 볼라베는 영국 가디언에 “클럽은 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극장에 훨씬 가깝다”며 “오페라나 연극처럼 문화시설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A100 고속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위협받는 클럽 중 하나인 ‘어바웃 블랭크(://about blank)’ 건물에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베를린의 오스트크로이츠 지역을 관통하도록 계획된 A100 고속도로 확장 공사에 도시의 유명 테크노 클럽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독일 베를린의 A100 고속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위협받는 클럽 중 하나인 ‘어바웃 블랭크(://about blank)’ 건물에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베를린의 오스트크로이츠 지역을 관통하도록 계획된 A100 고속도로 확장 공사에 도시의 유명 테크노 클럽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Getty Images/이매진스

치솟는 임대료도 부담입니다. 클럽을 가장 많이 찾는 젊은 층의 경제적 여력이 줄어든 데다, 최근 젊은 세대의 음주량 감소 역시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클럽의 죽음은 베를린의 상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클럽이 관광객과 기업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만 남는다면 더 이상 ‘베를린 클럽 문화’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이 클럽을 다시 정의하는 이유


지난해 11월1일 독일 베를린의 슈부츠(SchwuZ) 클럽에서 열린 “Last Cheers, Queers” 폐업 파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1977년에 설립된 슈부츠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퀴어 클럽으로, 베를린의 전통적인 LGBTQIA+ 커뮤니티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게 된 이 클럽의 마지막 모습. Getty Images/이매진스

지난해 11월1일 독일 베를린의 슈부츠(SchwuZ) 클럽에서 열린 “Last Cheers, Queers” 폐업 파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1977년에 설립된 슈부츠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퀴어 클럽으로, 베를린의 전통적인 LGBTQIA+ 커뮤니티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게 된 이 클럽의 마지막 모습. Getty Images/이매진스


독일 정부가 클럽을 문화시설로 인정하려는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정부는 클럽을 단순한 유흥 공간이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젊은 인재를 유치하며,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문화·경제적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클럽은 예술·문화적 가치를 가진 시설로 인정받게 됩니다. 일부 주거지역에서도 운영이 가능해지고, 재개발 과정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도 강화됩니다.

한 베를린 클럽 관계자는 가디언에 “그동안 우리는 종종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며 “이번 변화는 클럽이 활기차고 다양한 도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문화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이 보호하려는 것은 클럽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폐공장을 공연장으로 바꾸고, 낯선 음악을 새로운 문화로 키워낸 도시. 베를린을 베를린답게 만든 다양성과 문화 생태계를 지키려는 시도가 아닐까요?


독일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 베르크하인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3차 유행 기간 중 폐쇄된 모습. Getty Images/이매진스

독일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 베르크하인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3차 유행 기간 중 폐쇄된 모습. Getty 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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