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회사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아”
“사고 조사·안전체계 구축에 노조 참여해야”
금속노조가 2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대재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주로 로켓을 쏜들 그 아래에 노동자들의 피가 흥건하다면 떳떳한 기업입니까.”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경영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사고 원인 조사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8년간 같은 공장에서 13명이 일하다 숨졌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목숨을 팔아 기업의 이윤을 추구한 한화 자본의 맨 꼭대기까지 책임을 물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각각 5명, 3명이 숨졌다. 당시 법원은 사측의 안전관리 부실을 인정했지만 책임자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번 사고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만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여부와 처벌 수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교섭대표노조인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창원지회 김명기 지회장은 “사고 원인 조사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조사에 참여해야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어제 사고 경위와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사를 찾았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안전 문제에 대해 회사가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방산업체 특성상 안전관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감시·참여가 제한돼 왔다고 주장한다. 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 참여와 노조 활동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와 안전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방위산업체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회사를 상대로 실질적인 압박 수단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최근 방산 수주 증가에 따른 생산 물량 확대도 사고 배경으로 지목된다. 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생산 부담과 현장 노동 강도가 함께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생산 일정과 인력 운영, 안전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