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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쓰고 남은 비누, 어디로 갈까

입력 2026.06.02 14:44

객실에 두고 온 작은 비누의 두 번째 여정… ESG 실천도 진화 중

콘래드 서울 객실에 비치된 비누와 안내문

콘래드 서울 객실에 비치된 비누와 안내문

출장이나 여행을 마치고 호텔을 나설 때 욕실에서 쓰고 남은 비누를 한 번쯤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몇 번 사용하다 만 비누는 과연 어디로 갈까. 대부분은 버려지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일부 호텔에서는 이 비누들이 새로운 쓰임을 찾고 있다.

오는 5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호텔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객실에서 사용된 비누를 재활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등 자원 순환에 초점을 맞춘 시도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여의도의 콘래드 서울이다. 이 호텔은 객실에서 사용 후 폐기되는 비누를 수거해 재생비누로 만드는 ‘재생비누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수거된 비누는 국제 물류기업 DHL을 통해 홍콩의 비영리 재생비누 전문기관인 ‘소프 사이클링 센터’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위생적으로 재가공된 비누는 위생용품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 전달된다. 현재 콘래드 서울에서만 매월 약 100㎏의 비누가 재활용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 비누 재활용이 주목받는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비누가 폐기되기 때문이다. 숙박객들은 대부분 새 비누를 선호하기 때문에 사용 흔적이 있는 비누는 재사용이 어렵다. 그동안은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자원으로 다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ESG 실천은 객실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전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하고 유리 물병을 사용하는 한편, 우드 소재 객실 키카드를 도입했다. 플라스틱 빨대도 없앴다. 고객 입장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호텔 전체로 보면 상당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레스토랑 운영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호텔은 전 레스토랑에서 방목 사육한 케이지 프리(Cage-Free) 달걀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메뉴에는 지속가능 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제인 ASC 인증 광어를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도입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음식물 쓰레기 관리 역시 ESG의 중요한 영역이다. 호텔 뷔페나 대형 연회장은 음식물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로 꼽힌다. 이를 줄이기 위해 콘래드 서울은 인공지능(AI) 기반 음식물 폐기물 관리 시스템인 ‘위노우(Winnow)’를 도입했다. 어떤 음식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조리량을 조정하고 식재료 낭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기업 행사와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는 호텔 특성상 미팅과 이벤트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행사장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 대신 다회용 유리 물병을 사용하고, 행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탄소 배출량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ESG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객실의 고급스러움과 서비스 품질이 호텔의 핵심 가치였다면, 이제는 고객이 머무는 동안 얼마나 지속가능한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은 이제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에서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며 “고객이 머무르고, 식사하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ESG 가치를 보다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 욕실에 남겨진 작은 비누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생활용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행의 흔적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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