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상승률 3.1% 기록
2년 2개월만에 3%대 진입
생활물가·근원물가 모두 상승
취약계층 어려움 가중 지적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만에 3%대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24% 급등하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석달 만에 상승 전환한 영향이다. 기름값을 뺀 근원물가와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까지 올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전월(2.6%)보다 상승률이 0.5%포인트 확대됐다. 물가상승률은 중동전쟁 이전 2%에 그쳤으나 전쟁 이후엔 석달 연속 오름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24.2% 올라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월(21.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고, 물가 상승 기여도도 0.92%포인트로 전월(0.84%포인트)보다 높아졌다.
특히 휘발유는 23.1%, 경유는 33.3% 올라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페인트 등 주택수선재료도 유가 상승 영향으로 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업제품은 4.2% 상승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 상승은 서비스 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공공서비스’에 포함된 국제항공료는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여행 성수기 여파로 전년 대비 33.5% 올랐다. 이는 1995년 1월 관련 집계 시작 이래 최대 상승률이다. 개인서비스 중에선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는 국내항공료(25.9%), 해외단체여행비(26.3%), 엔진오일 교체료(14%), 세탁료(11.3%)가 크게 올랐다. 이 여파로 공공서비스(1.4%→1.8%)와 개인서비스(3.2%→3.7%) 모두 전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농·축·수산물도 석달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수입쇠고기(7.6%)와 달걀(10.2%) 등 환율과 수급 영향을 받는 축산·수산물 품목이 오르고 고온으로 일부 작물 출하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낮췄다며 두 조치가 없었을 경우 물가상승률이 3.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체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올랐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4월 2.9%에서 지난달 3.3%로 올랐다. 에너지와 식료품와 같은 ‘일시적 충격’을 뺀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역시 전년 대비 2.5% 올라 2024년 2월(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 상승률도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를 언급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은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당분간은 3%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