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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BBS불교방송이 얼마 전 내놓은 다큐멘터리는 퍽 흥미롭다.

차는 불교 수행자의 정신을 맑게 하는 도구, 와인은 가톨릭 미사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신앙의 매개, 커피는 이슬람권에서 사람들 사이를 잇는 음료로 등장한다.

종교의 교리나 제도가 아닌, 일상에서 무엇을 마시며 마음을 모으고 공동체를 이어왔는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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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이 만든 ‘커피·와인 다큐’가 상을 휩쓴 이유···불교·가톨릭·이슬람을 한 잔에 담았다

입력 2026.06.02 16:42

휴스턴 국제영화제 2관왕

차·와인·커피에 담긴 신앙과 공동체

다큐멘터리 <종교를 품은 잔>의 한 장면.    BBS불교방송 제공

다큐멘터리 <종교를 품은 잔>의 한 장면. BBS불교방송 제공

BBS불교방송이 얼마 전 내놓은 다큐멘터리는 퍽 흥미롭다. 보통은 해당 종교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 종교 방송의 특징이지만 불교방송이 제작한 <종교를 품은 잔-커피, 차, 그리고 와인>은 불교의 차뿐 아니라 가톨릭의 와인, 이슬람의 커피까지 한자리에 불러들였다. 다른 종교의 상징적 음료들을 함께 엮어낸 이 다큐멘터리는 최근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레미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국내에서도 EBS, MBC 등 제작진이 받은 사례가 있다.

60분 남짓한 이 작품은 해남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선사 다례재에서 출발해 튀르키예 모스크와 커피 하우스, 이탈리아 수도원의 미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차는 불교 수행자의 정신을 맑게 하는 도구, 와인은 가톨릭 미사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신앙의 매개, 커피는 이슬람권에서 사람들 사이를 잇는 음료로 등장한다. 종교의 교리나 제도가 아닌, 일상에서 무엇을 마시며 마음을 모으고 공동체를 이어왔는지 따라간다.

현대인들이 종교에서 멀어졌다고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예배당이나 법당 안뿐 아니라 차를 우리고 포도주와 커피를 나누는 식탁 위에도 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종교를 문화로 풀어냈다는 것뿐 아니라 종교가 갈등과 분쟁의 이름으로 먼저 떠오르는 시대에 서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자기 종교의 울타리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의 언어로 말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기획·연출을 맡은 BBS TV 제작국 김정은 PD는 작품의 출발점이 ‘차’였다고 설명했다. 전작으로 보이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차가 불교의 문화와 정신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탐구하다 질문이 확장됐다는 것이다. 차가 불교의 문화와 정신을 담는다면 커피와 와인도 각 문화권의 신념과 철학을 담아온 존재가 아닐까. 이 질문이 세 가지 종교의 세 가지 음료를 같은 자리에 모았다.

김 PD는 “종교를 무겁게 말하고 다가가기보다는 공감하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했다”면서 “일상 속의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종교가 말하는 공통된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커피가 공동체 교류의 수단으로 쓰이고, 이탈리아 와인 축제에서 만난 젊은 가톨릭 신자에게 와인은 신앙의 상징이자 공동체를 묶어주는 삶 자체”라며 “분열·갈등이 깊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깨닫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레이터이자 진행자로 박찬일 셰프가 등장한다. 산길과 골목, 카페를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커피를 내리고 와인과 차를 맛보는 과정은 여행 다큐처럼 이어진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했고 와인과 음식문화에 관한 글을 써 온 그는 사찰음식에 관한 책을 쓴 이력도 있다. 작품은 유튜브와 BBS불교방송 통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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