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이주 근거 ‘개정 주거기본법’ 시행
‘지하층·옥탑방·고시원’ 통계 잘 안잡히는데
면담·현장조사 위한 지역 주거복지센터 부족
서울의 한 저층주거지(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한수빈 기자
70대 중반 A씨에게 지난해 한여름과 한겨울은 가혹했다. A씨는 집주인이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의 방 4개를 각각 여인숙처럼 운영하는 곳에 세들어 살았다. 37도를 넘었던 지난해 7월엔 선풍기 하나로 버텼다. 한겨울에도 방은 차가웠고,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야 했다.
A씨는 참다못해 지역 주거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센터는 국토교통부의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A씨에게 임대주택 혹은 이사비·주거비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A씨가 당시 살던 집이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비주택’ 혹은 ‘최저주거기준 미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센터는 수소문 끝에 A씨를 한 민간재단에 연결했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지하방을 구할 수 있었다.
2022년 8월 폭우로 인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참사를 계기로 개정한 주거기본법이 3일 시행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이들을 위한 ‘주거지원 사다리’는 여전히 빈 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 발굴을 위한 법적 근거는 강화됐지만 A씨처럼 ‘지·옥·고(지하층·옥탑방·고시원)’에 사는 상당수가 통계에 잡히지 않고 지원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열악한 주거 형태를 찾아내기 위한 주거실태조사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토부에 따르면 기존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의 근거와 그 대상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한 주거기본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주거기본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실태조사 결과 혹은 주거복지센터 상담 등을 거쳐 이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임대주택 제공이나 주거비· 이사비 지원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거기본법은 특히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주택 유형·규모·환경 등에 관한 주거실태조사에 지하층·옥탑방 등을 포함했다는 의미도 있다. 주거실태조사 결과가 주거이전 대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거 지원 사다리’의 근거를 강화한 것이다.
주거 지원 현장에선 다만 여전히 ‘지·옥·고’에 사는 이들을 찾아내고, 실제 이주를 지원하는 것까지 여러 단계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노숙인복지법 등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되는 쪽방 이외에 일반 주택의 방을 ‘쪼개기’해 사실상 쪽방으로 운영하는 사례들도 발굴하려면 주거실태조사를 더 세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지원 대상자와 면담, 현장조사 등을 통해 실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할 지역 주거복지센터가 그나마 수도권에나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권 밖에선 주거복지 센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실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지원책이 나오는데, 기초지자체에 꼼꼼한 조사를 요구하면 ‘예산이 없다’란 답이 돌아온다”며 “주거지원을 신청해도 실제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비율이 50%도 안 될 정도로 임대주택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복지센터를 확충하려고 하지만 비용·인력 부담을 들어 반대하는 지자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주거기준이 제시하는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1인 가구 기준 14㎡)이 지나치게 작아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면적뿐만 아니라 구조·설비 등에 관한 내용을 보완한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