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2개월만에 최대치인 3.1%를 기록하며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장면.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크게 뛰면서 2년2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라 2024년 3월(3.1%)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동전쟁으로 석유류 물가가 24.2%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 3~4월 하락했던 농축수산물 물가는 상승 전환(2.2%)했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가 3.3% 올라,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추정했다. 이런 정책이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에 달했을 것이라는 의미로, 그만큼 실제 물가 불안은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른 분야까지 중동전쟁 영향이 아직 확대되진 않은 것 같다”며 “공급 측면 시차를 고려했을 때 하반기에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전쟁이 물가에 미치는 2차 파급효과가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고물가는 경제 전반을 수렁에 빠뜨린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소비가 줄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도 멈춘다. 특히 소득 증가율이 낮고 생활필수품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 취약계층은 충격이 더 크다.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임금 인상 요구와 제품 가격 추가 인상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분의 선제 공급이나 할인 지원 강화, 할당관세 물량 추가 확대 등 필요한 대책을 각 부처에서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유류세를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전기·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미루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고환율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기업들의 가격 담합이나 편법 인상도 엄중 단속해야 한다. 하반기 경제 운용의 성패는 물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잡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혜와 기민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