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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못질한 관 뚜껑을 누가 열었나

입력 2026.06.02 20:15

수정 2026.06.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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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투표일이다. 그들만의 싸움이 끝났다. 선거전은 예상보다 치열했지만 예상대로 감동은 없었다. 막판에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가 선거판을 휘젓고, 뇌물을 먹은 잡범 이명박도 어물쩍 끼어들어 “나는 순수하다”며 웃었다. 깊이 묻혀있어야 할 자들이 국민이 못질한 관 뚜껑을 열고 나와 대명천지에 깨춤을 추고 있다. 이 땅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해야 하건만 저렇듯 ‘정치 좀비’가 되어 활개를 치는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정치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저들이 비아냥거린다, “너희들은 깨끗하냐.”

내란 묵인에 반쯤 발을 담그고 있는 국민의힘이 저들의 봉인을 뜯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빛의 혁명으로 여당이 됐건만 권위주의, 위선, 내로남불은 사르지 못했다. 선거운동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예산을 듬뿍 퍼주어 지역발전을 시키겠다고 외친다. 그럼 역으로 여당 후보가 떨어지면 예산도 줄이고, 주민들의 민원도 외면하며, 지역차별을 하겠다는 것인가. 주민들을 졸로 보는 선동이고 압박이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거대 양당의 후보들을 살펴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신인들은 씨가 말랐다. 양당이 지역을 나눠서 독식하다보니 무투표 당선자도 속출하고 있다. 영호남에 집중됐던 무투표 당선 지역이 수도권까지 번져가고 있다. 양당이 나눠먹는 선거제도로는 군소정당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양당은 국민의 이름을 차(도)용하여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지역과 이념을 도구로 국민을 편 가르면 그만이다. 결코 다른 세력에는 곁을 내주지 않는다. 적대적 공생의 뿌리는 더욱 강고해졌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당협)위원장들은 될성부른 인재는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자리를 뺏길까봐서 말 잘 듣는, 부리기 쉬운 아첨꾼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주민들이야 후보가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오로지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 그렇기에 후보들은 주민은 보지 않고 위만 바라볼 뿐이다.

이 땅의 지방자치는 김대중이 13일간 단식투쟁한 끝에 막이 올랐다. 김대중은 지방자치제를 쟁취한 이후 그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무엇보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곳의 주인이 되었다. (…) 주민의 투표로 임기가 보장된 일꾼이 어디를 보고 일하겠는가. 당연히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역을 살필 수밖에 없다.” 김대중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네 풀뿌리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뽑은 일꾼들이 주민이 아닌 윗선에 눈높이를 맞추고, 지역이 아닌 정당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 지자체장은 거대 정당의 하수인이요, 지방의회는 중앙당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 강선우와 시의원의 금품수수 비리도 그래서 생겨났다. 저들도 돌아서면 외칠 것이다. “너희들은 깨끗하냐.”

현행 선거제로는 지방자치제가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치개혁은 이번에도 물 건너갔다. 거대 양당은 이러한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은 시늉만 내다가 말았다. 4년 전 지방선거 직후에 적대적 공생의 폐해를 지적했지만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 “전국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늘어나고, 공천을 둘러싼 추문과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앙당과 지역위원장들이 공천을 미끼로 예비후보들을 줄 세우고 갑질을 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니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충성경쟁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곳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한 독버섯들이 피어날 것이다. 중앙당이 하부조직까지 장악하고 있으니 민심에 대한 두려움은 엷어지고, 오히려 민초들을 관리하려들 것이다.”(경향신문 2022년 6월12일자, ‘풀뿌리민주주의 뿌리가 썩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곳에 독버섯보다 위험한 정치 좀비들이 출현했다. 이런 기막힌 현실에 왜 유권자인 국민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당신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무소속 출마의 명분이 궁색하고 대의가 번듯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 지역이 특정 정당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데는 기여하고 있다. ‘나라의 흥망은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 匹夫有責)’고 했다.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이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개혁은 하지 않고 때가 되면 표만 구걸하는 행태는 표로써 응징할 수밖에 없다.

김택근 시인

김택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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