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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은 반성하지 않는다

입력 2026.06.02 20:18

수정 2026.06.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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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은 최근 몇년 사이 SNS에서 멸공 구호를 반복했고, 그 감수성이 배어 있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오다가, 올해 5·18에는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사태로 대국민 사과와 대표 경질까지 해야 했다. 이 일련의 흐름은 그가 단순한 튀는 재벌 3세가 아니라, 극우적 감수성을 실제 경영에 투영해온 인물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국민의힘 정치인들까지 일제히 나서 정 회장을 감싸면서, 그는 이제 ‘기업인’을 넘어 ‘극우 정치의 상징’에 가까운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 문제는 이런 이미지가 우발적 돌출행동의 산물이 아니라, 일관된 리더십 스타일의 결과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정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반성할까. 행동경제학은 리더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먼저 리더의 성격을 분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격은 과거의 행적에서 유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틀로 정 회장을 들여다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그는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정 회장의 첫 번째 특징은, 뿌리 깊은 철학 대신 얇은 이념에 기댄다는 점이다. 그에게 이념은 경영 의사결정을 관통하는 원칙이 아니라, 그때그때 분노를 유발하는 도구다. 정통 보수가 국가·시장·책임에 대한 기준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면, 정 회장식 극우는 “멸공” 한 단어로 모든 갈등을 재단한다. 군사독재의 무거운 짐을 진 멸공은 그의 SNS에서 숙취해소제 사진과 뒤섞여 가벼운 밈으로 소비됐고, 5·18을 연상시키는 탱크 이미지와 “책상에 탁” 같은 문구는 아무 문제의식 없이 마케팅 문안으로 등장했다. 독재·고문·민주화운동의 구체적 역사는 사라지고, “우리끼리 시원하게 비웃자”는 감정만 남는 것이다. 이는 미국·한국 극우 네트워크에서 흘러들어온 혐오 구호를 거의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다. 이런 감수성을 가진 정치인이 집권하면, 국정의 기준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본인의 분노가 된다. 윤석열이 그랬다.

두 번째 특징은, 위험을 진짜로 감수하지 않는 리더십이다.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를 내세우지만 실제를 보면 책임은 주로 아래로 내려간다. 회장 취임 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 대표를 교체하겠다”는 수시 인사 방침을 내세웠고, 신세계건설 적자 국면에서 실제로 대표를 중간에 교체했다. 5·18 탱크데이 사태에서도 스타벅스 대표와 관련 임원이 즉각 경질됐다. 그러나 멸공을 입에 올리며 정치 갈등을 자초하고, 민주화운동에 둔감한 조직문화를 방치한 책임은 정 회장에게 있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정 회장은 부회장, 총괄부회장, 그룹 회장으로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다. 정 회장의 10년 경로 자체가, 위험을 스스로 떠안지 않는 리더십의 전형이다. 정치에서도 국정 실패의 책임은 아래에 돌리고, 본인은 “결단형 지도자” 이미지만 유지하려는 리더십이 존재했다. 윤석열이 그랬다.

세 번째 특징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을 키운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에 자원을 투입해온 흔적이 뚜렷하다. 미국 나파밸리 명문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 인수는 상징적인 사례다. 개인 취향 사업임에도 자신의 돈이 아니라 이마트를 통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제주소주, 일본 돈키호테식 잡화점 ‘삐에로쑈핑’, 영국 H&B 스토어 ‘부츠’, 파리 감성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캐릭터 ‘일렉트로맨’ 등 수익성보다 “정 회장이 좋아하는 투자”가 이어지는 사이, 이마트 주가는 지난 10년간 대략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2025년 한 해에만 정 회장에게 약 59억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각각 약 18억원씩을 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신세계에서도 각각 12억원을 받았다. 정치에서도 국가의 공적 자원을 부인을 위해 쓰는 리더십이 있었다. 윤석열이 그랬다.

정 회장의 롤모델은 극우 행보를 보이는 일론 머스크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도 상장을 앞두고, 머스크 한 사람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지배구조 때문에 공적 연기금과 감시기구들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기술 창업자로 회사를 일군 머스크에게도 이런 우려가 쏟아지는 마당에, 부모에게서 넘겨받은 그룹 위에 극우 정치성을 얹은 정 회장 체제는 오죽하겠는가.

이제는 그를 견제해야 할 신세계그룹 내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정 회장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조차 작동시키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주주와 직원, 소비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나눠 떠안게 된다. 기억하자. 윤석열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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