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아이돌’ 완벽 재현한 예고편 뮤비로 300만뷰…3일 개봉
손재곤 감독은 6년 만의 복귀작 <와일드 씽>에 대해 “이번엔 ‘나는 코미디 감독이다’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전 좋은 반응에 부담
인터넷 끊고 SNS 삭제도
단번에 좋아질 음악 선정
결말까지 코미디에 충실
지난달, 개봉을 한 달 앞둔 영화 예고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와일드 씽> 속 그룹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배우 엄태구가 파워풀한 랩을 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배우 강동원과 박지현이 완벽하게 1990년대 ‘그 시절 아이돌’로 변신했다.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 뮤직비디오는 업로드 한 달 만에 300만 조회수를, 배우 오정세가 등장하는 ‘니가 좋아’ 무대 영상은 열흘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예고편만으로 대중의 기대를 받는 영화 <와일드 씽>이 3일 개봉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재곤 감독을 만났다.
세기말 무렵, 리더 ‘황현우’(강동원), 래퍼 ‘구상구’(엄태구), 보컬 ‘변도미’(박지현)가 속한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은 등장과 동시에 가요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여러 불운이 겹치며 그룹은 갑작스럽게 해체된다. 멤버 모두 중년이 된 어느 날, 이들에게 트라이앵글로 다시 무대에 설 기회가 찾아온다. 이와 비슷한 제안을 받은 왕년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오정세)이 합세하고, 이 네 사람은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길에 나선다. 그 시대를 완벽히 재현한 추억 속 음악방송에 빠져 있다 보면, 이들의 좌충우돌 여정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해치지 않아>(2020)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이다. 개봉 전부터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부담감은 커졌다. “세상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되새길 때도 있지만, 개봉을 앞두고는 마음이 요동칠 일이 많아요. 인터넷을 차단하고 SNS를 삭제할 때도 있죠.”
1990년대 아이돌을 영화의 소재로 선택한 건 김채우 작가였다. 손 감독은 집필 중간 각색에 참여했다. 그는 “<무한도전> <응답하라> 시리즈 등에 90년대 음악이 소환되는 걸 보면서 (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아주 낯선 음악은 아닐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작업 초기부터 가장 신경 쓴 건 음악이었다. 손 감독은 “곡을 선정하는 데 단 하나의 원칙은 ‘한 번만 들어도 좋아질 것’이었다”고 했다. 예고편을 뮤직비디오로 만든 것도 사람들이 음악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스타일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배우 강동원의 덕이 컸다. “제작진 중 그 시대 음악과 스타일링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강동원씨였어요. 트라이앵글의 스타일, 음악 느낌도 강동원씨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습니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3인조 혼성그룹 역할을 맡은 박지현, 강동원, 엄태구(왼쪽 사진)와 발라드 가수 역할의 오정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로맨스·호러 코미디 등 혼합 장르의 영화가 다수인 가운데 <와일드 씽>은 오직 코미디로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손 감독은 “혼성그룹인 만큼 예전이었다면 러브스토리가 있었겠지만, 요즘은 그런 게 필수가 아니고 저도 필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손 감독은 <달콤, 살벌한 연인>(2006)과 <이층의 악당>(2010)을 연출하며 코미디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손 감독은 “전에는 코미디를 제2장르로 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지만 이번엔 ‘나는 코미디 감독이다’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과거 제 작품을 다시 봤을 때 코미디 영화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 웃고 싶다는 바람을 왜 이뤄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영화 속 코미디는 손 감독의 말맛과 닮아 있었다. 대놓고 농담을 던지기보다 대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위트에 ‘피식’하고 관객들이 웃게 하는 식이다.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는 그 결말까지 위트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