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연령이 7세인 지적장애인 아빠 샘은 어린 딸 루시를 홀로 키운다. 딸이 아빠의 정신연령과 같은 7세가 되자 사회복지기관은 아빠의 양육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루시를 입양보내려 하지만, 샘은 강한 부성애로 자신의 양육 능력을 입증해서 결국 딸을 지켜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2002년에 개봉했던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에서 따뜻했던 장면 중 하나는 지적장애가 있는 샘을 스타벅스가 기꺼이 종업원으로 채용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젊은 시절의 스타벅스는 참 따뜻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타벅스는 이번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이런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사 격인 미국의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SCI)의 사업보고서를 펼치면 초반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매우 강조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의 주요 목표는 스타벅스를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존경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와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 스타벅스 본사가 전 세계에 라이선스를 준 매장 총수는 1만9476개인데 이 중 우리나라 매장은 2077개로 10%가 넘는다. 미국(6813개)에 이어 2번째일 정도로 꽤 큰 시장이다. 재무제표가 처음 공시된 2000년의 손익계산서를 찾아보면 당시 매출액이 86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3조2380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신세계와 SCI가 각각 50억원씩 출자하여 만든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21년 지배구조의 변화를 맞았다. SCI가 이마트와 싱가포르투자청에 지분 50% 중 각각 17.5%, 32.5%를 넘기며 직접적인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마트에 라이선스를 주고 로열티를 받는 구조로 바꿨다.
스타벅스 매출액 3조2380억원 중 53%인 1조7173억원은 스타벅스 카드 충전금으로 결제된 것이다. 즉 스타벅스는 신용카드 결제보다 선금 매출액이 더 많다. 충성고객이 많다 보니 한 해에 1조7000억원이 넘는 돈을 예금처럼 맡아놓는 셈이다. 그러니 스타벅스는 재정적 부담 없이 전국의 알짜 상권들의 매장을 장기 임차하는 방식으로 확보해서 매출액을 크게 늘리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탱크데이 사태로 불매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그동안 축적된 오너 리스크 논란과 맞물려 증폭됐다는 평가가 많다. 스타벅스 대주주인 이마트와 SCI가 맺은 계약 조건을 보면 귀책사유로 인해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이마트는 보유한 스타벅스 지분 67.5%를 SCI에 공정가치 대비 35% 할인된 가격으로 넘겨야 한다.
사실 이보다 이마트는 어쩌면 그룹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에 더 두려움을 느낄지 모른다. 탱크데이가 논란이 된 날부터 5월 말까지 이마트 주가는 16%나 빠져버렸다. 2019년 노저팬 운동이 일었던 때에 유니클로 매출액을 54% 감소시키며 영업적자로 빠트렸던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 파괴력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룹 회장의 사과가 있었지만 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이 많으니 불매운동의 화력이 더 거세지기 전에 뭐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전국의 스타벅스와 이마트 매장 등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수만명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동흠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