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취약층 사회안전망으로 주목받는 ‘지수형 날씨 보험’
공사장·전통시장 휴업 손실 보상
강수량·기온 등 일정 기준 도달 때
보험금 지급 통해 소득 일부 보전
작업 중단·매출 감소 등 극복 대안
여야 모두 도입 방안 지선 공약에
기상 정보 정밀도 향상 선행 과제
제주도는 지난 4월 ‘건설현장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폭염 등 날씨 때문에 공사 작업이 중단되면 1억원 이상 공공 건설현장에 한해 일용직 노동자 소득 손실 일부를 보상해준다. KB손해보험도 지난해 10월 전통시장 휴업 손실을 보상하는 ‘KB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을 내놨다.
두 보험의 특징은 공공·민간 부문이 도입한 국내 최초의 ‘지수형 날씨보험’이라는 점이다. 강수량·기온 등 기상 지수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실제 손실과 상관없이 보험금이 바로 지급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일 발간한 ‘재난적 기후현상과 지수형 기후보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폭염일수는 1910년대 연평균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집중호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간 강수일수는 10년마다 0.68일씩 줄었지만 연 강수량은 10년당 17.8㎜씩 증가했다.
기존 보험은 대체로 기후변화 영향까진 보상하지 않는 구조였다. 전통적인 실손보상형 보험은 건물 파손처럼 눈에 보이는 직접 피해는 보상할 수 있지만, 폭염에 따른 작업 중단이나 유동인구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 같은 간접 손실에는 취약하게 설계돼 있다.
경기도에서도 일정 기온 이상 올라가면 온열질환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후보험 상품을 운영 중이지만 병원에서 ‘온열질환’ 진단을 받아야 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게 지수형 기후보험이다. 기상청 관측 자료만으로 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운영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선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 배달 플랫폼 종사자, 폭염 때 매출이 줄어드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은 ‘기후 리스크’ 노출 정도가 높아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기후보험 도입 필요성이 크다”며 “신속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한 지수형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상변화에 따른 지수형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보험업계는 통계 부족과 지역별 피해 편차 등으로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계 및 기술적 한계가 일부 해결되면서 기상 피해에 따른 ‘지수형’ 상품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후보험이 확산되려면 지자체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기후변화에 바로 노출되는 전통시장 상인, 배달기사 등 개인이 기후보험에 가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시장 소상공인, 공공 건설노동자, 고령자를 위한 지수형 기후보험 도입’, 국민의힘은 ‘공공 야외근로자 3만명 대상 기후보험 도입’ 공약을 내놨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수형 기후보험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보험개혁회의에서 기후변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기상청도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지난 2월 기상·기후 위험 기반의 보험상품 개발과 기상감정 활성화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공동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정밀한 데이터 산출은 과제다. 기상 데이터의 정밀도가 높아져야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이 기존 실손형 기후보험의 보완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상·재난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정교한 상품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