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한 젠슨 황, 삼겹살·소주 회식 예고
황 CEO, 방문 국가 시장·골목 음식점 즐겨찾아
소탈한 모습, 현지 기업·정부에 긍정적 이미지
지난달 방중 특히 이목···“미·중 중재자 역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 대만 방문 당시 타이베이의 한 야시장 디저트 가게에서 과일 빙수를 주문했다. 엔비디아 공식 엑스 계정 갈무리
4일 방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삼겹살·소주 회식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번에도 한국식 서민 음식 자리를 택했다.
황 CEO는 방문하는 나라의 시장이나 서민적인 음식점을 찾아다니는데, 기업인이면서도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닌다. 지난달 말 찾은 고향 대만에서도 그의 맛집 탐방이 현지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삼립신문 등 대만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황 CEO는 지난달 24일 타이베이 라오허제 야시장을 즉흥 방문해 1000대만달러(약 4만원)를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옥수수구이를 사줬다. 한 디저트 가게를 방문한 뒤에는 화장실 벽에 “젠슨 다녀가다(Jensen was here)”라고 적고 서명과 날짜를 남겼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24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야시장의 디저트 가게를 찾아 화장실 벽에 “Jensen was here”(젠슨 다녀가다)라고 서명과 날짜를 남겼다. 엔비디아 공식 엑스 계정 갈무리
다음 날에는 닝샤야시장 인근의 60년 넘은 도우화(대만식 두부 디저트) 가게 ‘도우화좡’을 부모님과 함께 찾았다. 긴 줄을 보자 5000대만달러(약 21만원)를 꺼내 줄 선 사람들을 대신해 계산하며 대만어로 “죄송합니다, 제가 살게요. 부모님 모시고 왔어요”라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현지 가정식 식당을 찾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엔비디아 협력사 임원 30여명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는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에게 도시락과 아이스크림을 직접 나눠줬다. 한 아이가 건넨 편의점 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진짜 맛있다, 어디서 사요?”라고 묻기도 했다.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부모님과 대만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대만 태생인 황 CEO는 9세 때 미국으로 떠났다. 엔비디아 공식 엑스 계정
중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 일정 중이던 지난달 15일 맛집이 몰려있는 베이징 난뤄구샹 상점가의 ‘팡좐창 69호 베이징 자장면’을 찾았다. 황 CEO는 음식을 받아 들고 가게 밖 인도에 서서 젓가락으로 면을 먹으며 “정말 맛있다”를 연발했다. 식당 측은 다음 날 중국에서 황 CEO를 가리키는 별명인 ‘가죽 재킷 전쟁의 신’이라고 이름 붙인 세트 메뉴를 출시했고, 이 메뉴를 사기 위해 30분이 넘는 대기 줄이 생겼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난뤄구샹 상점가의 한 자장면집 앞에서 접시를 들고 중국식 자장면을 맛보고 있다. 엑스 갈무리
황 CEO의 맛집 탐방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그의 팬이 만든 ‘젠슨이츠(Jensen Eats)’ 사이트에는 3일 기준 2023년 이후 황 CEO가 19차례의 해외 방문 중 들른 식당·포장마차·노점 등 59곳이 정리돼 있다.
서민적 식당은 엔비디아의 탄생과도 연관돼 있다.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그는 열다섯 살 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설거지 담당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1993년 엔비디아 창업 구상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데니스 매장 부스에서 공동창업자 두 명과 함께 이뤄졌다. 황 CEO는 “데니스는 커피가 무제한이고 아무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3년 9월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켈리 밸러드 데니스 CEO와 대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
소탈한 모습의 황 CEO의 재산은 약 1860억달러(약 255조원)로 파악된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친근한 대외적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한다. 앞서 CNBC는 직원들이 그를 “요구가 많은 완벽주의자이며 함께 일하기 쉽지 않다”고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비범한 일을 하려면 쉬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소박한 모습으로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건 실제 거래 대상인 현지 기업과 정부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엔비디아 칩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의 소탈한 이미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테크 분석가 글렌 로즈는 자신의 블로그에 “황 CEO 정도의 경영자는 사진에 우연히 포착되지 않는다. 그는 실제 베이징 시민들이 사는 곳을 찾아 즐겼다”며 “이것은 중국의 고객, 규제당국, 또 미국 정부를 향한 메시지다. 엔비디아에 중국은 버려진 곳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스 카프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 방문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스트레이트타임스 기고문에서 “황 CEO가 미·중 갈등 속에서 사실상 비공식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2026 행사에서 한 남성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얼굴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서있다. 팻말에는 “젠슨, 당신은 나의 AI 영웅이에요. 사인해주세요”라고 쓰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