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이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법·제도와 집행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면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은 관련 조치가 미흡한 국가군으로 분류돼 최대 12.5%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USTR은 2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 대상 60개 경제권 모두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USTR은 이에 따라 국가별로 10% 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관세율은 국가별 대응 수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캐나다·유럽연합(EU)·멕시코·인도네시아 등 6개 경제권은 관련 제도를 일부 갖췄으나 집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10% 추가 관세 대상으로 분류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영국·호주·대만 등 나머지 54개 경제권은 관련 법적 장치와 단속 체계가 모두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아 12.5%의 관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들이 강제노동 상품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도록 만드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12일 USTR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앞서 USTR은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위법 판결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3월에 ‘과잉생산’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분야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은 두 가지 분야 모두 대상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안한 조치와 관련해 USTR은 다음 달 7일 열리는 청문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을 확정할 예정이다.
USTR은 강제노동 문제와는 별개로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 관행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제안하는 등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세계적 철강 생산국이 된 배경에는 국가 개입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어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개발 정책 매거진 6월호에 기고한 ‘무역 이론은 관세, 산업 정책, 그리고 세계화 비용을 따라잡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무역 장벽을 없애면 모두에게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단순한 초세계화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사례를 거론하며 “가장 비옥한 농지를 가진 미국이 왜 농산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에너지 자원도 부족하고 석탄도 철광석도 거의 없는 한국이 어떻게 세계적인 철강 생산국이 됐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가들의 경제 개입은 특정 국가를 지속적인 적자국으로, 다른 국가를 지속적인 흑자국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를 왜곡해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치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은 서면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업부는 “향후 예정된 의견서 제출 및 공청회 등 절차에서 우리 정부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을 적극 설명하고 현재 진행 중인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존 한·미 관세합의에 따른 이익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조만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리어 대표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