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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렸다”는 피해자에 수갑 채운 경찰···영국서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진 ‘노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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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해 영국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백인 대학생 헨리 노왁의 사망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에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크교도 출신 가해자 비크람 디그와의 허위 주장을 믿은 경찰이 칼에 찔렸다고 호소하는 노왁에게 오히려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이를 '백인 역차별' 문제로 규정하며 시위에 나섰고 키어 스타머 영국 행정부는 사건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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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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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렸다”는 피해자에 수갑 채운 경찰···영국서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진 ‘노왁 사건’

입력 2026.06.03 16:20

수정 2026.06.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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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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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스햄프턴 경찰서 앞에 모인 시위대가 “칼에 찔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한 헨리 노왁의 마지막 말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스햄프턴 경찰서 앞에 모인 시위대가 “칼에 찔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한 헨리 노왁의 마지막 말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영국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백인 대학생 헨리 노왁의 사망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에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크교도 출신 가해자 비크럼 디그와의 허위 주장을 믿은 경찰이 칼에 찔렸다고 호소하는 노왁에게 오히려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이를 ‘백인 역차별’ 문제로 규정하며 시위에 나섰고 키어 스타머 영국 행정부는 사건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BBC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유족 동의를 받아 지난해 사망 사건 당시 촬영된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노왁은 지난해 12월3일 영국 남부 사우스햄프턴에서 친구들과 만난 뒤 귀가하던 중 공격을 받아 숨졌다. 가해자인 디그와는 현장에서 노왁이 자신의 터번을 벗기고 공격했다며 자신이 인종차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디그와의 진술을 토대로 노왁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노왁이 수갑을 찬 채 “칼에 찔렸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관은 노왁에게 “어디를 찔렸느냐”고 물은 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라고 말한다. 노왁은 “숨을 쉴 수 없다”고 여러 차례 호소하지만, 경찰은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그에게 폭행 혐의로 체포된다는 법적 고지를 이어간다.

디그와는 전날 살인 혐의로 최소 21년 이상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21㎝ 칼로 노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시크교도는 종교적 이유로 ‘키르판’으로 불리는 단검을 소지할 수 있지만, 이번 범행에 사용된 21㎝의 칼이 키르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판결 이후 노왁의 아버지는 “노왁은 사우스햄프턴 거리에서 구금된 상태로 죽어서는 안 됐다”며 “그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기 전에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왁은 경찰관들에게 9차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고 4차례 칼에 찔렸다고 말했다”며 “내 아들과 디그와가 받은 대우의 차이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사안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산했다. 극우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경찰 대응에 대해 “냉혹한 분노를 느꼈다”며 “영국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인종차별이라는 거짓 주장이 죽어가는 누군가의 말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됐다”고 주장했다.

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사건을 미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유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케미 바데노크 대표는 노동당 대표 시절 스타머 총리가 플로이드를 추모한 점을 거론하며 “플로이드 사건처럼 현재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심각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페라지 대표 역시 “백인에 대한 편견은 이제 충분하다. 백인의 목숨도 흑인의 목숨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알릴 때”라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사우스햄프턴주 경찰서 인근에서 열린 헨리 노왁 사망 사건 규탄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쓰레기통을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사우스햄프턴주 경찰서 인근에서 열린 헨리 노왁 사망 사건 규탄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쓰레기통을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루퍼트 로 영국복원당 창립자와 토미 로빈슨 등 극우 인사도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나섰다. 이날 사우스햄프턴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는 ‘노왁을 위한 정의’를 요구하며 경찰서에서 노왁이 숨진 장소까지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병과 벽돌 등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스타머 총리는 “보디캠 영상은 정말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며 “인종차별 혐의가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패라지 대표의 주장을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노왁의 가족은 이번 비극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바나 마흐무드 영국 내무장관도 “이 비극을 폭력과 무질서를 조장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건의 정쟁화를 경계했다.

영국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대응 지침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전국경찰청장협의회가 발표한 지침은 모든 시민을 동일하게 대하기보다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영국 시크교 단체들은 디그와의 범행을 규탄하면서도 증오 범죄 증가를 우려했다. 시크교 자선단체 ‘시크교도의 기본’ 소속 아만딥 싱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최근 최소 15명이 거리에서 백인 무리에게 둘러싸인 채 키르판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인종 간 긴장을 부추기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령의 시크교도들이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하며 터번이 강제로 벗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크교도인 타만짓 싱 데시 노동당 의원은 “폭력적 개인의 행동을 근거로 시크교 공동체 전체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헨리 노왁을 숨지게 한 범인 비크럼 디그와. AFP연합뉴스

헨리 노왁을 숨지게 한 범인 비크럼 디그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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