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사망자 유족들이 2019년 2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2019년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조카를 잃었던 김용동씨(62)는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카는 사망 당시 24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입사한 지 2~3년차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도 폭발로 20~30대 청년 노동자 3명이 숨졌다. 2018년 5월 같은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로 5명이 희생된 지 9개월 만에 또 발생한 사고였다. 김씨는 사고 직후 유가족 대표를 맡았다.
7년여가 흘렀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1일 ‘판박이’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입사 4개월차인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을 비롯한 5명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19년 사고 이후 희생자 유가족들은 노동자 안전을 위한 시설 현대화 등 작업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김씨는 “당시 유가족은 보상 문제를 협상하지 않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10개 항목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며 “회사와 노동자 대표뿐 아니라 방위사업청과 노동감독당국 등이 모두 모여 합의했지만, 이번 사고를 보니 이행된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고 난 작업장과 사업장 내부를 둘러봤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마치 80년대 철공소를 보는 것 같았다”며 “대기업 방산업체 근무 환경이 30년 된 우리 공장보다 더 열악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과 2019년 사고가 난 공정은 자동화했지만, 이번에 사고 난 세척공정은 특성상 완전 자동화가 어려운 곳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반복되는 대형참사 원인으로 무책임한 회사와 정부 방치를 꼽는다. 그는 “과거 사고 때도 회사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정부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국 회사가 시설 투자나 현대화를 하지 않아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고,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도 방관만 해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이윤을 좇는 곳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 번의 폭발사고 희생자 중 청년 노동자들이 많은 것과 관련해 김씨는 “갓 입사한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숙련도가 떨어지고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가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안전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교육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시스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선 두 차례 사고 후 사업장에 위령비가 세워졌는데 이번에 5개가 더 생기게 됐다. 유가족 사이에서는 회사가 공동묘지가 되겠다는 한숨 섞인 얘기가 나온다”며 “회사가 진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9년 2월 폭발 사고 직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회사가 평균 27세 밖에 되지 않은 젊은이들을 죽음의 현장으로 몰아넣었다”며 “정부가 침묵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청년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