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과학 리얼리티쇼 ‘최후의 인류’
연예인·과학자 7인이 펼치는 생존 실험
미 애리조나주 ‘바이오스피어 2’가 실제 무대
1991년 지구환경 모사해 생존실험 벌어진 곳
‘포이즌’ ‘공상가들’ 만든 이미솔 PD 연출
과학 예능 넘어 ‘생존 다큐멘터리’로
EBS 1TV <최후의 인류>에 출연한 배우 유승호. EBS 제공
EBS 1TV <최후의 인류> 포스터. EBS 제공
EBS 1TV <최후의 인류>(4일 첫 방송)는 규모부터 심상치 않다. 배우 유승호를 비롯, 신곡 ‘범파’(BUMPA)로 한창 활동 중인 가수 비비, 만능 엔터테이너인 코미디언 이은지가 출연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방송의 무대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1만2700㎡ 규모의 인공생태계 ‘바이오스피어2’에서 이들의 생존기가 펼쳐진다.
예능이 아닌 ‘생존형 과학 리얼리티쇼’를 표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여하는 과학자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장홍제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과 ‘보다(BODA)’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화학하악’이라는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이다. 드라마화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를 쓴 의사 이낙준(필명: 한산이가), tvN <알쓸신잡 2>에 출연한 뇌과학자 장동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지구과학자 김한결까지 출연진은 총 7명이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황폐해진 2038년을 가상의 시점으로 삼는다. 생존 실험 참가자로 선택된 출연진 7명은 미국 애리조나주 소노라 사막에 도착하고, 이들에게 지령이 내려온다. “사막에서 생존 가능성을 증명한 사람에게만 기밀 실험기지의 정확한 좌표를 알려주겠다”고. 이들은 물 한 방울 없는 모래 들판에서 단서를 찾아 헤맨다. 카메라는 그 과정을 관찰 다큐멘터리처럼 담는다.
EBS 1TV <최후의 인류> 속 ‘바이오스피어2’ 전경. EBS 제공
실험기지 ‘바이오스피어 2’는 ‘제8의 출연자’라 할 수 있다. 유리와 금속으로 된 구조물 내부에는 열대우림, 사막, 사바나, 맹그로브 숲 등 인공 생태계와 거주 공간이 조성돼 있다. 지구 환경을 ‘바이오스피어(생물권) 1’이라고 지칭한 과학자들이 지구를 모사해 만든 공간이다. 1991년 과학자 8명이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자급자족을 시도하다가 2년 만에 생태계 유지에 ‘실패’했던 곳이기도 하다.
출연진이 6일간 바이오스피어2에 머물며 물, 공기, 식량, 폐기물순환시스템 등과 관련한 미션을 수행하며 생존법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 8부에 걸쳐 펼쳐진다. 특별편과 메이킹(제작기)을 더하면 총 10부짜리 대기획이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최후의 인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미솔 EBS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EBS 제공
EBS에서 신선한 과학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인 이미솔 PD가 총 연출을 맡았다. EBS <다큐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 ‘4차 인간’ 등 정석적인 과학 다큐멘터리는 물론, 직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되어 인간의 세포를 감염·파괴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VR(가상현실) 콘텐츠 <POISON>(포이즌)을 만들었다. <공상가들>은 근미래 기술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가상의 범죄 시나리오를 XR(확장현실) 스튜디오에서 구현한 후 배우 하석진과 뇌과학자 장동선 등이 이와 관련한 윤리적인 쟁점들에 대해 토론하는 독특한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저는 주로 과학에서 이야깃거리를 찾는 사람이에요. (과학 소재는) 설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한계더라고요. ‘설명하지 말고 체험하게 하자’ ‘과학 없으면 못 사는 상황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PD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최후의 인류>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기획부터 답사, 촬영까지 1년이 걸렸다. 애리조나대학교가 운영하는 바이오스피어 2가 현재에도 관광지 겸 연구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세밀한 협의가 필요했다. 이 PD는 “지금도 밀폐 생태계로 유지되고 있어서 저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영향을 줄 수 있었다”며 “여러 차례 답사로 신뢰를 얻고, 미션을 설계할 때도 긴밀히 소통했다. 장비 반입 하나도 규정이 까다로웠다. 조율해가며 완전한 협조 속에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EBS <최후의 인류> 한 장면. EBS 유튜브 갈무리
EBS <최후의 인류> 한 장면. EBS 제공
출연자를 과학자로만 섭외하지 않은 건 프로그램이 단순 ‘과학 문제 해결 쇼’가 아니라 ‘생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장동선은 “극지 탐험이건 우주탐사건 기계 고장이나 자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싸워서 자멸하는 일이 많다”며 “처음 프로그램에 임할 때도 멤버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를 고민했는데, 촬영을 마치고서는 더욱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유승호도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제일 필요하고, 웃음이 필요하다. 지구에 사랑이 더 가득하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말로만 이야기하기보다 ‘정말 지구가 망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도록 매 미션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은지는 “출연진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나름 화려하게 산 사람들이지만, 지구가 멸망하게 되면 다 소용없겠다 싶더라”고 했다. 비비는 “‘조그마한 지구’의 안을 제삼자로서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80억 조별 과제 어떡하냐’는 걱정보다는 (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 PD는 “예능처럼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된다. 그리고 바이오스피어 2라는 역사적 공간과 출연진들이 한데 어우러진 후반부는 장엄하게 끝난다”며 “꼭 마지막까지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50분 방송.
[최후의 인류 1부 선공개] 생존자 7인! 실험기지를 찾아 나섰다 | #최후의인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