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장면을 보여주는 AI 생성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실손보험 있으시죠. 공짜로 비싼 도수치료 받게 해드릴게요.”
국민 70%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적자가 심각하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1조8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15.6%나 커졌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에서 보험금으로 지급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경과손해율도 전년보다 1.7%포인트 높아진 101.0%를 기록했다. 이는 손익분기점(85%)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수준이라 할 만하다.
실손보험 적자가 늘어나는 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보장해주는 구조를 악용한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들의 과잉진료 영향이 크다.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 중 비중증 치료인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보험금은 2조7000억원, 영양제 등 통원 비급여 주사제 관련 보험금은 1조원이다. 두 항목을 더하면 중증질환인 암·뇌혈관·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2조6000억원)을 웃돈다. 병원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도수치료나 영양제 처방을 과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진료로 인한 실손보험 적자는 모든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실손보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들 모두가 공정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과잉진료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정부는 대표적 과잉진료 항목인 도수치료를 다음달부터 비급여 진료에서 관리급여로 전환해 가격과 진료 횟수 등을 규제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사들은 지난 5월부터 보험료는 낮추면서 도수치료는 보장하지 않는 5세대 실손보험의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도수치료 관리급여화에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고, 5세대 실손보험은 안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과잉진료가 의료체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직시하고 근절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조장 마케팅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김준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