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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말들은 다시 돌아갔을까

입력 2026.06.03 22:42

수정 2026.06.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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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왜 그 말들은 다시 돌아갔을까

야생마들의 행동을 관찰하던 생물학자들이 우연히 한 무리의 말들에게 벌어진 비극을 목도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Feral horses’ behavior toward dying and dead conspecifics>). 그들의 관찰 대상은 몇 마리의 수컷과 암컷, 그리고 두 마리의 망아지로 이루어진 소규모 무리였다. 피식자와 포식자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야생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른 말들은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새끼들을 단속했지만, 어린것의 호기심은 늘 저 먼 곳을 향해 있기 마련이다.

비극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어른들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망아지들은 무리에서 멀어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늑대들이 이들을 덮쳤다. 공격을 받은 망아지 중 한 마리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간신히 도망쳐 어미의 품으로 돌아온 녀석도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다친 망아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망아지가 죽자, 무리의 다른 말들은 서둘러 주변을 떠나갔다. 사냥감을 놓친 늑대들이 혈안이 되어 주변을 뒤질 가능성이 충분히 높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진 망아지 주변에는 어미만이 홀로 남았다. 어미는 한참이나 죽은 자식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연구자들은 안타까웠지만, 그저 지켜볼 뿐,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그들 역시 예상한 바였다. 자식 잃은 어미의 비통함은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해도 다를 바 없었으니까.

예상외의 사실은 어미의 애도가 길어지자, 떠나간 무리에서 두 마리의 건장한 수컷 말들이 다시 되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위험했다. 언제 어디서 배고픈 늑대들이 나타날지 몰랐다. 그러나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의 수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암말에게 다가갔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암말을 무리가 있는 곳으로 떠밀었다. 어쩌면 무리 입장에서는 이 모자(母子)를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이 더 유리할지도 몰랐다. 그들이 포식자들의 뱃속에 들어가는 사이, 나머지는 안전하게 멀리 도망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탄에 겨운 동료를 버리는 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설득해 데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이미 숨이 끊어진 망아지를 되살릴 수는 없었지만, 아직 살아 있는 어미마저 죽도록 내버려두진 않았던 것이다. 동료들의 거듭된 설득과 위로 때문이었을까. 어미 말은 마침내 무사히 동료들의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동물들도 무리의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하면, 충격을 받고 슬퍼한다. 특히나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이들의 슬픔은 사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평소보다 몇배나 올라간다. 이 슬픔은 본능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슬픔을 위로하는 행동도 본능처럼 뒤따른다는 것이다. 개코원숭이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동료를 찾아가 평소보다 더 오래, 더 세심하게 털고르기를 해준다. 이렇게 정성 어린 털고르기를 받으면 치솟았던 코르티솔 수치가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마치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동체의 애정 어린 손길로 극복하듯이 말이다.

야생에 사는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 사체를 마치 매장하는 것처럼 나뭇가지나 흙으로 덮어주곤 한다. 이 행위가 일시적이라면, 사체에서 풍기는 냄새가 포식자를 유인하는 것을 막고 혹시 모를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생물학적 본능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주변을 맴돌며 주기적으로 찾아와 동료의 무덤 위에 흙을 덮어주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는 아무리 냉정한 눈길로 보아도, 동료를 애도하는 행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동물들이 정말로 가족을 잃은 동료들을 위로하고, 죽은 이를 기리는지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들 역시도 가족과 동료를 잃는 것은 슬픈 일이며, 이를 애도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짐승조차도 유족들의 슬픔과 비탄을 조롱하거나 이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지는 않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다.

이은희 과학저술가

이은희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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