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주목받던 1960년대 중반, 드러머 링고 스타는 비틀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바로 여기(Be Here Now).” 또 다른 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존 레넌에게 “로큰롤이란 뭔가”라고 물었더니 같은 대답을 했다는 자료도 있다. 조지 해리슨 역시 1973년 ‘Be Here Now’라는 곡을 써서 발표했다. 누가 먼저 이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바로 여기’가 그들의 정신세계를 관류하는 문장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조지 해리슨의 ‘Be Here Now’는 미국의 영적 지도자 람 다스가 쓴 동명의 책에 감명받아 차용한 것이었다. 그는 비틀스라는 거대한 명성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에만 집중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지금 바로 여기’는 다양하게 해석됐다. 조지 해리슨처럼 정신세계와 연관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록 비평가는 대중음악의 현재성을 상징하는 문구로 활용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하루에 최소 10만곡 이상이 스포티파이에 올라오는 세상이다. 따라서 “저 10만곡 안에 과거에 필적할 만큼 근사한 곡이 없을 수 없다”고 사고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과거의 음악만 최고로 치는 사람을 만난다. 이와 관련해 밥 딜런의 다음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1960년대 초에 데뷔한 그가 끊임없이 투어를 돌고, 지금까지 정규 앨범만 40장을 발매한 이유일 것이다.
“위대한 화가는 박물관에 있어선 안 됩니다. 박물관에 가봤나요? 그곳은 묘지입니다. 화가는 레스토랑의 벽에, 평범한 상점 안에, 주유소에, 화장실에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화가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곳이 라디오와 음반(음악)입니다. 사람들이 그곳에서는 정말 들락거리고 있죠. 저는 식사를 하면서 피카소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동받을지 그런 것을 생각합니다.”
얼마 전 ‘헬로루키’ 심사를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경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할지 고민하다가 저 말을 활용해 심사평을 건넸다.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박물관이 무용한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마땅히 선조가 남긴 과거의 위대한 유산에 경배를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따진다면 대중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시제는 ‘현재’다. 비틀스가 1960년대 대중음악의 현재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묻어난 표현이 아니었을까, 내 나름의 해석을 부여한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대중음악의 현재를 만끽하고 싶다면 단독 공연보다는 여러 뮤지션·밴드의 공연을 몰아서 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 아무래도 효율적이다. 먼저 8월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펜타포트는 매년 신인을 선발해 무대에 세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5월30일 최종 10팀을 심사하는 ‘펜타포트 슈퍼루키 파이널’에서 사회를 맡았는데 10팀 모두 탁월한 라이브를 들려줘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 이들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의 눈부신 현재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외에 개성 강한 라인업으로 해마다 관객이 늘고 있는 DMZ 피스트레인도 6월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9월 개최 예정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음악 축제다. 장담할 수 있다. 훌륭한 음악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좋은 음악이 없는 시대는 없다’는 단순한 진실을, 이들 페스티벌은 올해도 무대 위에서 증명해 보일 것이다.
배순탁 음악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