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로 희생된 사망자 유족들이 사고 7일 뒤인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한화에어로 대전공장 폭발사고 반복에 “시설 현대화 등 약속 외면”
당시 10개 재발방지책 합의 불구 “정부 관리감독 부실로 화 키워”
사망자 5명 유족 품으로…이들 중엔 아들과 함께 일하던 아버지도
김용동씨(62)는 2019년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조카를 잃었다. 지난 1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김씨는 3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조카는 사망 당시 24세로 입사 2~3년차였다. 그때도 20~30대 청년 노동자 3명이 숨졌다. 9개월 전인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로 5명이 희생됐다. 이번 사고 역시 희생자들은 생산팀 소속 30~50대 정규직 직원 3명과 입사 100일이 되지 않은 20대 비정규직 직원 2명이었다.
김씨는 조카가 사망한 사고 직후 유가족 대표를 맡았다. 김씨는 “당시 유가족은 보상 문제를 협상하지 않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10개 항목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며 “회사와 노동자 대표뿐 아니라 방위사업청과 노동당국 등이 모두 모여 합의했지만 이번 사고를 보니 이행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사고가 난 대전사업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마치 1980년대 철공소를 보는 것 같았다”며 “대기업 방산업체 근무 환경이 30년 된 우리 공장보다 더 열악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과 2019년 사고가 난 공정은 자동화했지만, 이번에 사고 난 세척공정은 특성상 완전 자동화가 어려운 영역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반복되는 대형참사 원인으로 무책임한 회사와 정부의 방치를 지적했다. 그는 “과거 사고 때도 회사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정부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국 회사가 시설 투자나 현대화를 하지 않아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고,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도 방관해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폭발 사고 희생자 중 청년 노동자가 많은 데 대해 “갓 입사한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숙련도가 떨어지고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가 늦을 수 있다”며 “회사에서 안전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교육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시스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앞선 두 차례 사고 후 사업장에 위령비가 세워졌는데 이번에 5개가 더 생기게 됐다”며 “유가족 사이에선 회사가 공동묘지가 되겠다는 한숨 섞인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 5명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유족들은 분산 안치돼 있던 시신을 대전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아들과 아버지가 사고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하다 아버지가 숨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로 시신이 크게 훼손되어 분리된 유해가 뒤늦게 유족에게 전달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유족은 “아들의 시신을 온전히 찾아야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더 이상 찾을 유해가 없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훼손돼 분리된 시신 일부가 있었고 수습 과정에서 해당 유해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분리된 유해에 대해 DNA 감정을 진행한 뒤 신원이 확인돼 뒤늦게 인도된 것”이라고 했다.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은 이틀째 현장 감식을 벌였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과 면담했다.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는 5일 오전 9시부터 대전 유성구청 1층 로비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