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세계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두 거장의 대표작이 연이어 국내 무대에 오른다. 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왼쪽 사진)의 <어셈블리 홀>(6월5~7일)과 스웨덴 출신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오른쪽)의 <한여름 밤의 꿈>(6월11~14일)이다. 동시대 현대무용을 이끄는 ‘파격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매 공연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무용계 스타들이다.
팬데믹으로 한 차례 내한이 무산됐던 파이트는 이번이 첫 한국 무대다. 지난해 국내 초연된 <해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크만은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크리스털 파이트의 <어셈블리 홀>
마을회관에서 재현되는 기묘한 중세
세계 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를 꼽을 때 파이트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을 다섯 차례나 거머쥐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거장이다.
<어셈블리 홀>은 파이트의 최신작으로, 2025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받았다. 무대의 배경은 쇠락해 가는 마을회관이고, 이곳에 모인 ‘중세 재현 동호회’ 회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과 화려한 중세의 세계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풍경 속에 오늘날 공동체의 의미를 묻는다.
이번 작품에선 녹음된 대사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긴밀하게 결합하며 ‘언어의 안무화’라는 독창적 형식을 만들어냈다. 대사를 음악처럼 사용하고 무용수들의 몸이 서사가 되는 연극적인 무용을 선보인다. 파이트가 2002년 창단한 현대무용단 ‘키드 피봇’(Kidd Pivot)과 함께하는 첫 내한 무대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파이트는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라며 “인간의 불완전함과 혼란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의 이상과 연대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과 일체감을 갈망하는데 왜 그것을 지속하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백야 아래 펼쳐지는 광란의 축제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의 문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알렉산더 에크만은 무대 위 ‘상상력의 마술사’로 통한다. 유쾌하고 기발하면서도 정교한 연출로 전 세계 주요 극장의 매진 행렬을 이끄는 흥행 안무가이기도 하다. <한여름 밤의 꿈>이란 제목에서 셰익스피어 원작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인 에크만이 어린 시절 가족들과 북유럽의 여름 명절인 ‘하지(Midsummer)’를 축하하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품은 백야가 이어지는 북유럽의 여름밤을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 축제와 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해 질 녘 노을처럼 붉고 신비로운 조명 아래 무대를 가득 채운 건초, 공중에 매달린 침대, 허공을 유영하는 물고기 등 초현실적 장치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무용수의 몸짓을 비롯해 무대 전체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무대미술과 조명, 음악, 의상, 움직임이 하나의 거대한 설치예술처럼 작동해 현대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쉽게 빠져들 수 있다.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도르트문트 발레단이 내한해 에크만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도르트문트 발레단의 한국인 객원 무용수 정지한과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윤란이 참여한다. 두 작품 모두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