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부터 투표소에 긴 대기줄…배·버스 타고 먼 길 마다 않아
최대 8장 투표용지엔 “헷갈려”…‘손등 기표’ 등 인증샷 남기기도
110세 할머니도, 돌잡이 아기도 “투표해요”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 3일 자치구 내 최고령자 김정자 할머니(110)가 투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선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긴 대기행렬이 이어져 역대 가장 높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실감케 했다. 지지하는 후보는 달라도 ‘국민을 위해 일할 후보’가 선택됐으면 하는 바람은 같았다.
서울 시내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시각인 오전 6시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대문구 연세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모씨(81)는 “일찍 투표를 끝내고 다른 일을 보려고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직장인 신정현씨(25)도 오전 일찍 광진구 화양동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뒤 “(야간) 교대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들렀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한 표에 다양한 기대를 붙여 보냈다. 서울 은평구에서 투표한 박미소씨(36)는 12·3 내란을 거론하며 “그간의 분란을 잠재울 수 있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모씨(27)는 “2030세대라 부동산 공약을 주요하게 봤다”며 “재개발과 공급이 늘어 청년인 제가 40·50대가 됐을 때 집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대문구청에서 투표한 신미나씨(48)는 “투표 때마다 색깔로 좌우가 분명히 나뉜다”며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작은 정당으로도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민모씨(71)는 “한 표가 소중하다고 생각해 투표를 안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거나 미리 준비한 ‘인증 용지’ 등을 이용해 ‘투표 인증샷’을 남기는 시민들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대 관심지역이던 대구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투표가 진행됐다. 수성구 만촌2동 투표소를 찾은 자영업자 김민권씨(40대)는 “이번엔 경제 살릴 후보로,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뽑았다”고 밝혔다. 정승호씨(50대)는 “서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투표장을 찾은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며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후보가 꼭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가 많게는 8장까지 한꺼번에 지급되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광주시에 사는 이모씨(74)는 “투표용지가 여러 장 나오니까 처음엔 뭐가 뭔지 헷갈렸다. 안내를 보고 한 장씩 천천히 투표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한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에게 교육감 투표용지가 중복 교부되는 일이 발생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위 파악에 나섰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애초 5장의 투표용지를 정상 수령한 한 시민이 기표소 내 남아 있던 투표용지 1장을 본인 것으로 착각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선관위 조사 결과 해당 투표용지는 앞서 투표한 시민이 놓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섬 지역 주민들도 투표소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 표 행사에 나섰다. 강원 화천군 파로호 인근 동촌1리 4반 주민들은 군에서 지원한 행정선과 버스편을 이용해 풍산초교 투표소를 찾았다. 한 주민은 “투표하는 데 왕복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소중한 권리인 만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주민들도 제주 본섬을 잇는 여객선을 타고 약 10㎞ 떨어진 모슬포항으로 이동한 뒤 대정여자고등학교 투표소에 도착해 투표를 마쳤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민복지회관에 마련된 심천면 제1투표소에는 9남매 다둥이 가족이 ‘투표 나들이’에 나섰다. 투표권을 가진 자녀 3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인수씨(55)는 “아이들에게 선거가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가르쳐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