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보수’ 강원·대전 등서도 진보 약진…여권 우세 분위기
진영 간 교육 정책·철학 대결 실종…“진보교육 승리는 아냐”
16곳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들이 최소 11곳에서 우세를 보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22년 선거에서 진보 9곳, 보수 7곳으로 팽팽했던 구도가 4년 만에 진보의 일방적인 우위로 재편된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진영 간 교육 정책·철학 대결이 사라진 선거로 치러져, 이번 결과를 ‘진보교육의 승리’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간 역할이 약화했던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진보 성향 교육감 중심으로 재구성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공공성이 확대되고 혁신교육, 학생인권 정책 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오후 10시 현재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진보 성향 후보들이 11곳에서, 보수 성향 후보들이 5곳에서 각각 우세를 보인다. 다만 전국 개표율이 14.25%에 그쳐 최종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 성향 후보들이 11곳에서, 보수 성향 후보들은 3곳에서 각각 우세를 보였다.
진보 후보는 서울·경기·인천·강원·충남·대전·전남광주·전북·부산·울산·경남에서, 보수 후보는 대구·충북·경북 등 3곳에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종·제주는 경합이 예상됐다.
특히 현직 교육감이 보수인 경기·강원·대전 등에서 진보 후보의 당선이 예측되면서, 뚜렷한 진보 우위로의 판세 변화가 점쳐진다. 다만 이 같은 진보의 약진은 교육 정책·철학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재명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에서는 진보 성향 안민석 후보가 보수 현직 임태희 후보를 15%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는 2022년 선거에서 임 교육감이 당선되며 10여년 만에 보수 진영이 탈환했던 지역이다. 현직 교육감의 경우 대부분 재선에 성공한다는 ‘현직 프리미엄’에도 안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 데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여권 우세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보수 교육감을 중심으로 무너졌다. 출구조사 결과 강원에서는 보수 성향인 현직 신경호 교육감이 진보 강삼영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제주에서도 보수인 현직 김광수 교육감이 진보 고의숙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역시 보수 교육감 지역에서 진보 성향 성광진 후보가 우세를 보이며 진보 진영의 외연 확장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현직 진보 교육감들은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근식 후보는 오후 10시 기준 40.40%의 득표율로 당선이 예상된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단일화 실패로 역대 가장 많은 후보인 8명이 출마했다.
후보가 난립하고 정책 차이까지 희미한 상황에서 유권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교육감으로 표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육감끼리 맞붙은 전남광주에서는 전남교육감인 김대중 후보가 득표율 45.71%로 광주교육감 이정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유력시된다.
충북 윤건영 후보, 대구 강은희 후보, 경북 임종식 후보는 현직 교육감으로서 뚜렷한 우세를 보이며 보수 진영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과거처럼 ‘진보교육의 승리’로 단순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진보·보수 후보들의 정책 유사성이 크게 나타난 선거였다”며 “인공지능(AI) 교육, 교권 보호, 현금성 공약 등 핵심 공약은 대부분 비슷했기 때문에 정책보다 정치적 배경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진보 교육감이라고 해서 공통 강령이나 공통 정책을 공유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이번 선거는 진보 교육정책에 대한 선택이라기보다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현직 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판단한 결과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보 9 대 보수 7로 나뉜 교육감협의회가 진보 성향 교육감의 압도적 다수로 재편될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교육 공공성 확대 등 주요 현안에서 공동 대응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은 “그동안 교육감협의회는 진보·보수 구도가 팽팽해 입장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진보 교육감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면 협의회의 정책 대응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