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 준비된 용지가 부족했다”며 사과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선관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가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에서 용지 공급을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투표 마감 시각(오후 6시)을 한참 넘긴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진행했다. 격분한 유권자들이 투표 종료 뒤 투표함 반출을 막아서는 등 밤늦게까지 혼란이 빚어졌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체 선거인 수에 맞춰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것은 선거 업무의 기본인데,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런 사과로는 사태의 엄중함을 덮을 수 없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에서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투표용지를 담아 이송한 ‘소쿠리 투표’ 사태로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사퇴한 바 있다. 선관위의 부실한 투표관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웠고, 윤석열 일당의 불법계엄 명분으로도 작용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어떻게 4년 만에 선거관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해 국민 참정권을 훼손하는 비상사태를 유발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과 서울시장 재선거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나, 지금은 진상규명이 먼저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를 방해하고 선거 불신을 자초하는 선거관리 기관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