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합병증으로 치루가 생기면 항문 주변 조직에 고름(농양)이 가득 차거나 터널(누공)처럼 구멍이 뚫리는 증상을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크론병 치루에 연어에서 추출한 재생의학 물질 ‘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이종률 교수 연구팀은 크론병 치루 수술 시 PDRN을 국소 주입하니 기존 수술법보다 완치율이 1.8배 높게 나타난 연구를 국제학술지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s)’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8~2024년 크론병 치루 수술을 받은 환자 47명을 PDRN 사용군(21명)과 미사용군(26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크론병 치루는 항문 주변에 터널 같은 누공이 생겨 고름이 차는 질환으로, 통증과 분비물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재 약 70%의 성공률을 보이는 줄기세포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히지만 치료비용이 고가인 데다 줄기세포 제조 공정이 복잡한 한계가 있었다.
PDRN은 연어의 정소에서 추출한 DNA 조각을 정제해 만든 물질로,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항염증 효과를 보여 피부 재생 및 흉터 완화, 각막 미세손상 치유, 관절·인대 손상 치료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인체의 DNA와도 구조가 유사해 투여 후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PDRN이 세포막의 아데노신 수용체(A2A)를 활성화해 염증을 억제하고 신생 혈관 형성을 촉진시켜 상처 치유와 조직 재생을 돕는다는 점에 주목해 크론병 치루 수술 시 환부에 PDRN을 고르게 주입했다. 그 결과, 수술 1년 후 치루가 완전히 닫히며 완치된 비율은 PDRN 사용군(83.3%)이 미사용군(46.2%)보다 1.8배 높게 나타났다. 회복 속도 또한 PDRN 사용군이 빨라서 수술 후 완치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PDRN 사용군(3.3개월)이 미사용군(5.9개월)보다 2.6개월 단축됐다.
연구진은 PDRN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과 편의성으로, 기존 줄기세포 치료 비용 대비 100분의 1 수준이라 저렴하면서도 별도의 세포 배양 과정 없이 기성품을 바로 쓸 수 있어 환자 접근성도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용식 교수는 “크론병 치루 치료의 고질적 난제였던 낮은 완치율과 높은 재발률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나왔다”면서 “PDRN은 안전성이 검증된 물질로 수술뿐 아니라 외래에서도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크론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