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실효관세율 ‘3위→6위’ 완화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지난해 7월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의 대미 실효관세율 부담이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 중 6위 수준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과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이 맞물리며 관세 부과 초기보다 관세 부담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일 발표한 ‘미국의 주요국 관세부과 동향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대미 실효관세율은 8.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10.0%로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 중 3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3단계 하락한 수치다. 실효관세율은 산출관세액을 미국의 수입액으로 나눈 값으로,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세 부담을 나타낸다. 올해 1분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367억4000만 달러, 관세액은 32억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 관세 인하가 순위 하락 견인
한국의 관세 부담이 줄어든 배경에는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분야의 선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 21.3%, 3분기 23.8%까지 치솟았던 자동차 및 부품의 실효관세율은 올해 1분기 13.5%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 영향이 컸다. 경쟁국인 일본과 독일이 각각 지난해 8월과 9월에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서 한때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은 독일(14.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일본(12.5%)보다는 다소 높지만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태다.
전체 실효관세율 순위에서도 한국은 중국(26.4%), 인도(14.1%), 일본(11.2%), 독일(10.3%), 베트남(9.9%)에 이어 6위를 기록해 일본과 독일보다 관세 부담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은 여전히 ‘먹구름’… 품목별 명암 엇갈려
자동차와 달리 철강 분야는 여전히 높은 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철강 및 철강제품의 실효관세율은 지난해 6월 50% 품목관세가 시행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 42.5%에 달했다. 이는 경쟁국인 브라질(22.7%)이나 멕시코(15.8%), 캐나다(23.1%)와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브라질은 대미 철강 수출의 절반 이상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선철과 합금철로 구성돼 있어 세 부담이 적다. 반면 한국은 강관이나 판재류 등 완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압박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에너지 등 일부 품목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점도 국가별 실효관세율 차이를 만들었다. 대만과 태국은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커 각각 3.0%, 7.4%의 낮은 실효관세율을 기록했다. 멕시코(3.7%)와 캐나다(3.1%)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효과를 누리고 있다.
“불확실성 여전… 민관 팀플레이로 대응해야”
대한상의는 전체적인 관세 부담은 줄었지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제무역법(IEEPA) 기반 관세에 대한 무효 판결과 무역법 122조 관련 판결이 잇따르는 등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의는 정부에 232조 관세 조치에 대한 모니터링과 외교적 뒷받침을 주문하는 한편, 기업에는 국내 생산세액공제와 수출 금융 강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민재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의 협상 노력과 민간의 대응이 시너지를 내며 관세 부과 초기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환율과 원자재 부담 등 대외 불확실성 탓에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현안이 산적한 만큼 민관이 팀플레이로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