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실업지원금 신청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6.3.18 권도현 기자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늘어난 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거나 회사를 옮긴 경우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상향 이직’한 비율도 1년전보다 감소했다. 제조·건설업 부진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4년 일자리이동통계 결과’를 보면 4대 사회보험 등 공공기관 행정자료에 등록된 전체 근로자는 262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만5000명(0.4%) 증가한 수치다.
전체 근로자 수는 늘었지만, 고용시장 역동성은 눈에 띄게 둔화했다. 2023년 일자리를 2024년에도 그대로 유지한 근로자는 1892만명으로, 전년(1854만8000명) 대비 37만3000명(2.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유지율은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72.1%를 기록했다.
반면 새로 일자리를 구한 사람과 이직한 사람은 나란히 줄었다. 직전 연도에 미등록 상태였다가 취업한 ‘진입자’는 348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6만4000명(4.5%) 줄었다. 진입률 역시 13.3%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대별로 청년층(15∼29세)에서 7만3000명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회사를 옮긴 ‘이동자’ 또한 전년 대비 10만3000명(2.6%) 감소한 384만8000명에 그쳤다. 신규 진입자와 이직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주요 산업의 부진과 맞닿아 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건설업, 도소매업의 부진 영향으로 진입자와 이동자 모두 감소했다”며 “제조업에서도 진입자가 6만1000명(1.3%) 줄어드는 등 문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23년과 2024년 이직에 성공한 노동자의 72.6%는 이전 직장과 같은 규모의 기업으로 이동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율은 37.0%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비율은 56.6%로 전년(56.5%)보다 0.1%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이직은 ‘중소기업 내 이동’이 지배적이었다. 중소기업 이직자의 81.4%가 다시 중소기업으로 향한 반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른바 ‘상향 이직’ 비율은 11.8%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대기업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음을 시사한다.
직장을 옮긴 임금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처우의 명암이 엇갈렸다. 일자리를 이동한 임금근로자의 57.8%는 이전 직장에 비해 임금이 증가한 곳으로 이동했다. 절반 이상은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직자 10명 중 4명 꼴인 41.3%는 오히려 기존보다 임금이 줄어든 일자리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