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어머니회 “인간 본성 위배”
쉬친셴 재판 영상 공개 영향 분석
루비오 국무 “역사 가릴 수 없어”
한국의 경찰특공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국 공안국 제8·9국 소속 특수경찰 차량이 3일 톈안먼 광장 앞에 배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톈안먼 민주화 시위 37주년인 4일을 앞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가족의 묘지 방문을 불허당했으며 예년보다 더욱 심한 감시를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중국 당국이 톈안먼 시위 기념일에 유가족의 묘지 참배를 불허한 것은 처음이다.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가족 단체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베이징시 공안국이 톈안먼 시위 37주년을 앞두고 완안 공동묘지 참배와 추모식을 금지하는 통지서를 몇몇 유가족들에게 보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중국에서 톈안먼 희생자에 대한 공개 추모 행위는 금지돼 왔지만, 유가족들이 경찰 입회하에 묘지를 방문해 추도문을 읽고 참배하는 것은 허용돼 왔다.
톈안먼 시위에서 19세 아들을 잃었던 장셴링(89)은 “묘지에 가는 것도 금지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RFA에 말했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성명을 내고 묘지에도 못 가게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헌법, 법률, 기본적 인권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당국에 30년 넘게 톈안먼 시위 진압의 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유가족들은 올해는 유독 더욱 심한 감시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톈안먼 시위에서 남편을 잃은 유웨이제는 통상 5월 중순부터 배치하는 감시 인력이 지난 4월 중순부터 배치됐다고 RFI에 전했다. 그는 “톈안먼 어머니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수가 줄어드는 데 감시는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해마다 열던 춘절 모임도 지난해 말 처음으로 불허당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베이징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 활동가들도 톈안먼 시위 관련 경고를 받았다. 저장성 항저우에 거주하는 민주화 인사 천수칭과 톈안먼 시위 주역이었던 인권 활동가로 지난달 출소한 쉬광은 당국으로부터 6월 4일 ‘담을 넘지 말 것’과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RFA는 전했다. ‘담을 넘는 것’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말한다.
1989년 중국 톈안먼 시위 당시 강제진압 명령을 거부해 옥고를 치른 쉬친셴(2021년 사망)의 재판 영상이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공개된 일이 당국의 더욱 강한 검열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쉬 전 사령관은 1990년 중국에서 열린 비밀 재판에서 “개인적으로 (무력 진압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진압 명령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톈안먼 시위 지도자이자 현재 대만에 거주하는 역사학자 왕단은 “올해 중국 정부가 ‘톈안먼 어머니’와 그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은 자국 통치 역량에 대한 신뢰 하락을 반영한다”고 RFI에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톈안먼 광장 학살 제37주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의 유산을 기린다”면서 “아무리 검열을 하더라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번 성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루비오 장관의 이번 성명이 매년 반복되는 관례를 따른 것이지만,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민주주의 지지자들에게 다짐을 주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두고 “중국은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구실로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