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티레 인근의 해변에서 사람들이 수영하고 있다. 티레|AP연합뉴스
휴전 협정을 깨고 격렬한 교전을 이어온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3일(현지시간) 미국 중재 아래 추가 휴전에 합의했다. 미·이란이 막판 종전 협상 중인 가운데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이란이 미군의 유조선 공격 등을 이유로 쿠웨이트에 보복을 가하는 등 긴장을 늦추긴 어려운 상황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로 워싱턴에서 열린 협상 끝에 휴전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 성명에는 이번 휴전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공격 완전 중단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은 ‘보안 구역’ 설치에도 합의했다. 레바논군은 이 구역에 헤즈볼라의 진입을 금지한 채 독점적으로 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보안 구역의 구체적인 설치 시한이나 남부 레바논 지역을 점령한 이스라엘군의 철수 여부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양측은 오는 6월 넷째 주에 다시 만나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정치·안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2일 헤즈볼라가 이란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시작된 양측의 충돌은 지난 4월 중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무력 충돌은 미·이란 전쟁의 또 다른 ‘뇌관’으로 꼽혀왔다. 이란은 그간 종전 조건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을 내걸어왔는데, 양측의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지난달 말부터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보내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양국의 휴전 합의 발표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말 중에라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공개된 뉴욕포스트의 팟캐스트 ‘팟 포스 원’에서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현재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며 “언젠가 그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니엘 홀러 미 국무부 비서실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 나다 하마데 주미 레바논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양국의 휴전 합의 발표 후인 4일 오전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에서 이스라엘 무인기(드론) 공격이 발생해 최소 한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도 전날 잇따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쿠웨이트 국제공항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바레인 군 당국도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 3기와 드론 여러 기를 격추했다며 “이란이 민간 시설을 노린 체계적 적대 행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국제인도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공습을 정당화했다. 최고지도자 모즈타바의 군사고문 모흐센 레자이는 SNS에 “모든 총격과 공격에 대한 대응은 미사일과 드론 세례”라며 “역사는 되돌릴 수 없고 침략자는 곧 처벌될 것”이라 적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우리 군은 미국이 민간 선박 공격과 휴전 위반에 활용한 지역을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SNS를 통해 펼쳤다. 지난 1일과 2일 미군이 각각 게슘섬의 통신 시설과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불거진 불화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네타냐후 총리는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뉴욕포스트 팟캐스트에서도 “화가 났다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레바논과 끊임없이 싸우는 것에 약간 당황했다”고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날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전술적 견해차는 있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 우리 의견은 일치한다”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앞서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당신은 미쳤다. 나 아니었으면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욕설 섞인 질책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