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45.05% 득표, 추경호에 밀려 낙선
경북 상주 출신, 당론 얽매이지 않는 ‘소신파’ 정평
“지역주의 넘겠다” 군포 내리 3선 후 대구행
2012년 시작, 세번째 도전 만에 대구 수성갑 당선
‘대구 변화’ 중심에 섰으나 보수 결집벽 못 넘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대구 달서구 두류네거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대구|권도현 기자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4일 낙선했다. 대구 경제를 살릴 여당 후보임을 내세웠으나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법‘ 등의 추진이 촉발한 보수 결집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최초 대구시장이라는 새 역사를 쓰는 데는 실패했지만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이례적인 접전을 벌이면서 지역주의 구도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개표 결과 45.05%를 득표하며 53.92%를 얻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낙선 확정 직후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제가 부족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시민들이 주신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하지만 제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 시민의 패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좌절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이만큼 오기까지 너무 잘했다고 서로 어깨 두드려 주자”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고 하는 서비스로의 정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195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1997년 민주당과 신한국당 합당을 계기로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김영춘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해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16·17·18대 국회)을 지냈다.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투표로 ‘김부결’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민주당 내 대표적인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김 전 총리는 이후 “지역주의의 벽을 넘겠다”며 고향인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낙선을 딛고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에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영남 지역에서 갖는 김 전 총리의 상징성 때문에 차출론이 끊이지 않았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에서만 5번째 선거에 나섰다.
선거 과정에서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정부와의 공조를 앞세우며 집권 여당 후보로서의 강점을 적극 내세웠다. 침체된 대구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통해 33년째 전국 최하위인 지역내총생산(GRDP)을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으며,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이전의 조속한 해결도 약속했다.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려야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만들어진다”며 야당 심판론을 내세웠다.
김 전 총리는 선거 기간 여론조사에서 추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였으나, 실제 개표 결과 예상보다 큰 표차로 뒤졌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이 이재명 정부 견제론에 불을 붙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으로 막판 보수 결집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민주당 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수가 독점해 온 대구 정치 지형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