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대구 달서구 두류네거리 선거사무소에서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권도현 기자
선거는 승자만 남는 냉정한 게임이지만 패자의 이름이 빛나는 때가 있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명망·경력·실력을 갖춘 이가 오로지 대의에 따라 패배 가능성을 기꺼이 감수하고 험지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경우에 그렇다. 이런 선거의 주어는 패자이다. 선거는 승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패자의 도전기로 기록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YS계로 정치에 입문한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부산 동구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으나 1990년 3당합당 때 YS와 결별했다. 부산은 노 전 대통령에게 험지가 됐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역주의에 맞섰다. 1998년 재보궐선거 때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됐음에도 2000년 총선 때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또다시 부산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여기에 감동한 지지자들이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훗날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강력한 팬덤의 시작이었다.
대구는 부산보다 민주당 계열에 대한 거부 정서가 훨씬 강하다. 이 지역에서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려고 부단히 도전해온 사람이 김부겸 전 총리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2012년 총선 때 고향인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이래 총선에 3번 나가 2016년 단 한 차례 당선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이 대구에서 당선된 첫 사례였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40.42%라는 괄목할 만한 득표율을 올렸으나 낙선했다. 그가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하자 한 지지자는 “대구를 버리이소”라고 울부짖었다.
김 전 총리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이번이 인생 마지막 유세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김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선거였다. 그런 선거에서 김 전 총리가 또 졌다. 득표율은 45.06%. 민주당 계열이 대구에서 얻은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김 전 총리이니 이만큼 얻었고, 김 전 총리이지만 이 정도에서 막혔다. 대구의 지역주의 극복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수치다. 김 전 총리는 “제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시민의 패배가 아니다. 좌절, 절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의 ‘아름다운 패배’에 헛헛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