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의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후 눈을 감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4곳에서만 승리해 12곳을 휩쓸었던 직전 지방선거에 비해 크게 패했다. 서울시장을 가까스로 지켜내 영남당 신세를 면했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의석을 늘렸지만 패배의 본질을 가릴 순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12·3 내란과 윤석열 탄핵에도 반성과 쇄신을 거부한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유권자의 엄중한 경고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4일 “견제와 균형을 요구한 민심”(송언석 원내대표)이라고 자평했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TK)와 경남 등 전통적 텃밭을 제외한 핵심 승부처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기초단체장(227석)도 직전 지방선거보다 50석이 줄어든 95석을 얻는 데 그첬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해서 얻은 결과일 뿐이다.
국민의힘 패배의 원인은 자명하다. ‘절윤’의 시늉만 내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두둔하며 당을 ‘내란 옹호 정당’의 늪에 빠뜨린 장동혁 대표의 책임이 다. 장 대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 후에도 ‘윤어게인’ 인사들을 당직에 중용하고, 자신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제명하며 혁신을 바라는 당심과 민심을 외면했다.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들을 공천했으니 선거 승리를 기대할 리 만무하다. 선거를 위해 2선 후퇴를 해달라는 당 안팎의 요구를 거부하고, 수도권(경기 시흥시장) 후보 공천을 포기하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부산 북갑,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 유의동 후보의 당선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들은 내란 이후 윤석열 세력에서 벗어났고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둠으로써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유권자들은 헌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보수는 심판하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사들에겐 보수 재건의 기회를 준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당내 친한동훈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책임을 외면 않고 새 길을 찾겠다”며 대표직 고수 입장을 밝혔다. 선거 결과에 처절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만 무도한 정부에 맞서라는 명령”이라며 ‘졌잘싸’식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가 한심스럽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윤어게인 세력과 선을 긋고 합리적 개혁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변화의 물꼬는 장 대표의 결단에서 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