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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종교 시대의 종교

입력 2026.06.04 19:59

수정 2026.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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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4월, 많은 수행 대중으로 늘 북적이던 큰 절을 떠나 남도의 한적한 작은 절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맞는 부처님오신날도 어느덧 세 번째다. 신도가 거의 없는 절이다 보니, 절을 찾는 이들 가운데 젊은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이 노년층이다. 그마저도 일 년에 한 번, 초파일에만 절을 찾는 이른바 ‘초파일 신도’가 주를 이룬다. 부처님 생신날의 풍경에서도 종교 인구 감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방 사찰들이 겪는 이러한 변화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와 성당도 신자 수가 줄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탈종교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자리한다. 종교의 위기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예견한 대로 인류는 ‘세계의 탈주술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신비와 기적보다 과학과 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종교는 세계를 설명하는 절대적 권위를 잃어갔다. 한때 인간의 생로병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동체를 지탱하던 종교의 역할 또한 오늘날 상당 부분 국가가 맡고 있다. 기우제 대신 기상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자선 대신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시대다. 탈종교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문명사적 흐름이 되었다.

최근 조사 결과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종교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왔고, 무종교 인구는 60%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종교 인구 비율은 10% 이하로 떨어져 ‘종교 실종’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통찰처럼, 기복과 형식에 머물렀던 ‘표층 종교’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욕망의 충족을 약속하는 종교가 아니라, ‘참된 나’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심층 종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현대인을 ‘종교는 없지만 영성은 있는 존재’로 규정한다. 명상과 템플스테이, 순례길 열풍은 현대인이 기성 종교를 떠났을 뿐 영적 갈망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은 죽음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상실의 의미까지 답해주지는 못한다. 사회제도는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경쟁 속에서 상처 입은 마음까지 어루만지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종교는 교세와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지혜와 사랑의 공동체’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지혜’란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연기의 통찰이며, ‘사랑’이란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존중하는 환대의 실천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불교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있을까. 최근 불교를 향한 청년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교박람회에 대한 열광 역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관심은 일시적 호기심을 넘어 실제 수행 공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산사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흥미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무한 경쟁이라는 ‘불타는 집(火宅)’에서 벗어나, 성취와 스펙으로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단순한 문화 체험이 아니라, ‘참나’를 찾는 여정이다. 종교가 이러한 물음에 응답하지 못한 채 ‘힙한 이미지’와 대중적 유행에 머문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표층 종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욕망을 채워줄 신’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게 하는 지혜다.

탈종교 시대는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임을 일깨운다. 통계 속 숫자가 줄어드는 현실은 종교가 본질로 돌아가라는 시대의 요청이다. 인간의 불안과 고독을 어루만지는 힘은 깊은 깨달음과 따뜻한 연대에서 나온다. 종교의 미래는 더 많은 신도를 모으는 데 있지 않다. 한 사람의 고독을 덜어주고, 한 사람의 삶을 깊게 하는 데 있다. 종교 인구 감소 시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법인 스님 화순 불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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