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3 지방선거를 ‘기후 선거’로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예를 들어 녹색전환연구소와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은 ‘기후정치바람’이라는 연대체를 만들어 지방선거와 관련해 수차례 여론조사와 정책 검증을 시도했다.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3월9일 공개한 여론조사는 ‘기후공약이 좋으면 평소 정치 견해가 달라도 투표하겠다’는 ‘기후 유권자’가 53.5%에 달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과반수의 유권자들이 기후공약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기후 이슈가 어느 때보다 부각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자신의 지역에서 기후 정치인 후보자를 발견할 수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었다. 각 정당에서 기후 이슈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공천하지도 않았고 기후공약에 큰 비중을 두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에 관한 한 유권자의 기대와 현실 정치의 간극이 오히려 극명화된 선거였다.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그랬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공약을 분석하고 구체성과 현실성이 부족한 속 빈 공약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기후정치바람이 16개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53명에게 보낸 질의서에 절반 이상은 답변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기후운동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온 노력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암담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후위기 대응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사회 구성원과 제도가 함께 변화하고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며, 이를 엮어주는 것이 정치적 발언과 행위다. 특히 광역시도의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에서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라면 서울시장 후보들은 서울시의 각종 개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논쟁해야 했고, 부산시장 후보들은 해수면 상승과 태풍 증가가 가덕도 신공항과 어떤 관계인지를 토론해야 했다.
기후정치 실종의 실제 이유는 주요 정당들이 보기에 양극화된 선거 구도에서 기후공약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감축과 적응 공약이 당선 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회피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언론의 책임 방기다. 기후 이슈를 선거와 분리하고 자극적인 경마장식 선거 보도를 반복하는 관성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언론에서 기후 이슈를 크게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 정당과 유권자 모두 기후는 이번 선거와는 무관해도 좋은 수동성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시대의 저널리즘을 고민하며 기후 전담팀을 구성하고 심층 보도를 이어가는 ‘기후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언론사 내부의 높은 벽을 실감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돋보이는 기획과 보도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기억해두자. 이번 지방선거의 기후정치 실패는 더 많고 더 나은 기후 보도의 필요성을 거꾸로 증명한다. 언론사 안에서 ‘왕따’를 자처해가며 공들여 기사를 준비하는 기후 기자에게 더 많은 격려를 보낼 일이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