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통치 스타일 특징은 파격적일 정도로 활발한 소통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제를 던지고 여론을 휘젓는 데 능하다. 위태한 모습도 보인다.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중엔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한참 전에 종결된 사건을 새로운 것인 양 오인한 메시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져 이슈의 범위와 프레임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설정하기를 즐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와 ‘4·16 사이렌’ 이벤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도 같은 책략이 읽힌다. 이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의 패륜행위’ ‘금수 같은 행태’ ‘인두겁’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날선 비난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스타벅스를 향한대중의 분노가 끓어올랐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원흉’으로 지목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로 ‘석고대죄’를 연출해야 했다.
‘일베’ 해악 환기한 대통령 메시지
처벌·배상, 사이트 폐쇄에만 초점
혐오 표현의 출발과 결과는 차별
‘차별금지법’으로 프레임 확장하길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조롱과 모욕,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배상, 일베로 대표되는 혐오 사이트 폐쇄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아닌 게 아니라 혐오 표현의 심각성은 위험수위에 도달한 지 오래다. 응답자의 79.3%가 온라인의 혐오 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하고, 오프라인의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67.2%가 ‘심각하다’고 답한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게 2021년이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혐오 표현이 하루가 멀다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정치, 젠더, 지역, 성소수자, 장애인 등 공격 대상도 다양하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폐수처럼 쏟아지는 혐오 표현의 심각성과 해악을 새삼 환기했다. 그런데 이 문제에 길게 매달려온 사람들은 반가우면서도 약간 뜨악하다는 표정이다. 혐오 표현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초점을 혐오 표현에 대한 형사적 제재, 사이트 폐쇄에 한정하면 논란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혐오 표현은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혐오 표현을 제재하면 표현의 자유를 일정하게 제약하게 된다. 혐오 표현을 폭넓게 제재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고, 소수자의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도 있다. 혐오를 조장한 사람이 처벌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주목을 받고 금기에 맞선 순교자 행세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제재 대상을 특수한 경우에 한해 협소하게 정의하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
기존 논의를 보면 혐오 표현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나 편견에 기반해 그 집단 혹은 개인을 대상으로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2019년 국가인권위 ‘혐오 표현 리포트’)를 갖는다. 혐오 표현의 대상은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이며, 혐오 표현은 그 집단에 대한 차별을 더 강화한다. 혐오 표현의 출발과 결과에는 ‘차별’이 깊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자 차별의 개념을 정의하고 교육·고용·공공서비스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며, 정부에 차별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먼저라는 의견이 즉각적으로 제시된 배경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맥락을 몰랐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차별금지법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필요성과 방향성에 동의한다면서도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쉽게 말해 일부 종교집단과 극우세력에 의해 지독하게 왜곡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기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혐오 표현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분연할지언정 맥이 빠진다.
다음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앞둔 이 대통령에게 전한다. 좁은 프레임에 갇혀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마시라. 목표를 크게 잡고 운동장을 넓게 쓰시라.
김재중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