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개월 된 빅히트 5인조 ‘음원 1위’
쇼트폼 덕 ‘영크크’ ‘레드 레드’ 유행어로
곡 창작 ‘영 크리에이터 크루’ 표방 신선
유튜브 ‘스튜디오 춤’ 채널에서 코르티스가 ‘레드 레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팔랑귀 팔랑귀 (레드 레드) … 도가니 사리기 (레드 레드)”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가사에 중독적인 전자음이 이어진다. 지난달 음원차트를 점령한 그룹 코르티스의 곡 ‘레드 레드’ 가사 일부다. 빅히트뮤직 소속 5인조 보이그룹 코르티스가 가요계를 휩쓸고 있다. 멜론 등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팬덤 중심 소비 경향이 강한 보이그룹들 사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은 이례적이다. 데뷔 10개월이 안 돼 음반과 음원은 물론 쇼트폼 콘텐츠 시장까지 장악한 코르티스를 두고 “K팝 산업의 판도가 바뀔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5일 발매된 코르티스의 앨범 <그린그린>의 수록곡 ‘레드 레드’는 같은 달 13일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년간 멜론에서 데뷔 1년 미만 보이그룹이 ‘톱 100’ 정상에 오른 건 코르티스가 처음이다.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았다. 앨범 발매 약 2주 뒤인 5월 셋째, 넷째 주 멜론 주간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5월 월간차트에서는 3위를 달성했다. 보이그룹 노래가 월간차트의 3위권에 자리한 것은 2024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코르티스의 인기 배경으로는 이들의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된 점이 꼽힌다. 지난해 8월 발매된 데뷔곡 ‘고!’부터 ‘영크리에이터크루’ ‘레드 레드’까지 발표하는 곡마다 SNS 쇼트폼 챌린지가 흥행하거나, 새로운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그린그린>의 수록곡 ‘영크리에이터크루’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사 ‘영크크’는 음악·안무·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전반을 공동 창작하는 팀의 수식어 ‘영 크리에이터 크루’의 줄임말이다.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는 이것을 밈으로 받아들였다. ‘영크크’는 젊고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리 잡았고, 이 대척점으로 ‘올크크’ ‘늙크크’라는 파생 유행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레드 레드’ 역시 코르티스를 밈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쇼트폼 플랫폼에서 ‘팔랑귀 댄스 챌린지’ 영상이 번져나갔고, 긍정과 부정을 표현하는 데 ‘그린 그린’ ‘레드 레드’라고 답하는 것이 유행어가 됐다.
코르티스는 별도의 세계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 아이돌 그룹과 차별된다. 이전 세대, 특히 4세대 K팝 그룹은 세계관이 뚜렷하고, 앨범이 그 서사의 일부가 되는 방식이 많았다. 같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가 대표적이다.
코르티스는 정교하게 설계된 세계관보다 또래의 일상과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레드 레드’는 멤버 제임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안무에 참여한 곡이다. 또 다른 수록곡 ‘아사이’는 아사이볼을 자주 먹는 멤버들을 주제로 쓴 곡이다.
지난 4월20일 열린 <그린그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마틴은 “솔직한 일상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앨범에 담아내는 것을 중요시했다”며 “팬분들도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기존 아이돌보다 창작자 집단에 가까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음악 시장은 SNS 알고리즘 장악과 노출이 중요하다”며 “‘영크크’나 ‘레드 레드’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가사가 소속사의 관리 역량을 만나 콘텐츠의 재미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획 단계에서 소속사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청량함이 대세였던 기존 남성 아이돌 그룹과 달리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고 대중이 이에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