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파산
박기태 지음
메디치미디어 | 352쪽 | 2만2000원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눈을 사로잡는다. 12년 차 도산·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최근 몇년간 자신의 사무실을 찾는 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년 되지 않은 2030 청년들이 (사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저자는 사회가 청년들을 빚의 굴레에 묶이도록 내몰고는 모른 척한다고 비판한다. 사회가 부추긴 건 조급증이다. 취업은 어렵고, 직장에 들어가도 노동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꿈꿀 수조차 없다.
초반부는 ‘성실하게 망한’ 사례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2억원의 전세사기를 당한 사회초년생 부부의 삶이 어떻게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망가지는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20대 청년이 어떻게 신용카드 리볼빙 등 더한 수렁으로 빠지는지를 이야기한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은 쉽게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된다.
완전무결한 피해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설 생활비 대출을 받아보려다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되거나, 게임의 탈을 쓴 도박·투기를 조장하는 리딩방에 혹해 전 재산을 잃은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찰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들이 사회에서 평생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가적 손실일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후반부에 청년들에게 더 가닿을 수 있는 회생·파산 제도를 제안한다. 넘어야 할 것은 ‘빚쟁이는 중죄인’이라는 인식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채권자를 ‘개인’으로 상상하는 것과 달리 실제 채권자의 90% 이상은 거대 금융기관이라고 짚는다.
더 나아가 사회에 투기와 금융사기가 성행하게 된 데에는 국가와 은행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저자는 회생·파산 제도는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라며 “설계 결함이 있는 게임에 참여시킨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자 국가의 의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