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플레이
정준영·박상현 지음
지식의날개 | 272쪽 | 1만8800원
승리는 공동체의 자부심이 되고 패배는 시대적 좌절의 알리바이가 된다. 공 하나에서 출발한 이 스포츠. 세계를 묶는 만국 공통어가 된 지 오래다. 도시 빈민가 골목길과 소박한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꿈부터 국가와 기업, 미디어, 자본의 욕망까지 엮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만든 주인공. 바로 축구다.
축구는 경기장과 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축구는 언제나 세트플레이처럼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움직여왔다. 역사적 조건이 공간을 만들고, 권력이 움직임을 설계하며, 정치가 그 흐름을 조율하고, 산업이 그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해왔다.
스포츠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인류 역사와 함께 태동한 ‘거친 놀이’ 축구가 어떻게 세계적 스포츠로 진화했는지, 권력과 자본과 미디어가 격돌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었는지, 월드컵에 숨겨진 정치역학과 팬덤문화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특히 한국에서 축구가 국민 스포츠 위상을 획득해온 과정을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설명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오는 11일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이 책은 축구를 둘러싼 세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축구라는 프레임을 통해 현대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대중들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짚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후에 가볍게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들도 풍성하다. 조 편성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죽음의 조’라는 표현은 언제, 어떻게 사용됐을까. 펠레, 요한 크루이프, 마라도나, 메시 등 불세출의 축구 영웅으로 남은 이들은 왜 정작 월드컵 득점왕에는 오르지 못했을까.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 대회 참가국 확대는 어떤 긍정과 부작용을 낳고 있을까.
축구팬에게는 익숙한 대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축구에 관심 없는 독자에겐 시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