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천근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 248쪽 | 1만8800원
‘4세 고시’ ‘7세 고시’는 한국 사회의 조기교육 트렌드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유명 영어유치원이나 수학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영유아들이 어린 나이부터 학업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준비해야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믿음은 사교육 시장의 상식으로 통하지만, 정말 영유아기는 학습을 시작할 최적의 시기일까.
소아정신의학 권위자인 천근아 연세대 교수는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학습이 아이의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유아기는 인지 능력보다 정서의 뇌가 먼저 발달하는 시기다. 이때 안정적인 애착과 충분한 정서적 경험이 쌓여야 이후의 학습 능력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영유아기에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냅스 가지치기’ 과정이다. 뇌는 불필요한 신경망을 정리하고 필요한 회로를 강화하며 효율성을 높이는데, 지나치게 이른 인지 자극은 이 과정을 왜곡해 집중력과 작업 기억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는 부모들이 “아이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유아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뇌는 학습보다 생존에 집중하는 상태로 전환되고, 장기적으로 불안과 학습 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영향이 사춘기 학업 부진이나 반항, 무기력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영유아기 충분한 놀이와 스킨십, 안정적인 애착 관계, 다양한 오감 경험이 건강한 뇌 발달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장기적인 학습 성취를 좌우하는 것은 자기조절력과 내적 동기 같은 비인지 능력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