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패배…변화 열망한 시민의 패배 아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대구 달서구 선거 캠프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낙선했다. 대구 경제를 살릴 여당 후보임을 내세웠으나 보수 결집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최초 대구시장이라는 새 역사를 쓰는 데는 실패했지만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이례적인 접전을 벌이면서 지역주의 구도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총리는 개표 결과 45.05%를 득표하며 53.92%를 얻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4일 낙선 확정 직후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제가 부족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시민들이 주신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제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 시민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좌절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이만큼 오기까지 너무 잘했다고 서로 어깨 두드려주자”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고 하는 서비스로의 정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195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1997년 민주당과 신한국당 합당을 계기로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김영춘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해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16·17·18대 국회)을 지냈다.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투표로 ‘김부결’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민주당 내 대표적인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김 전 총리는 이후 “지역주의의 벽을 넘겠다”며 고향인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낙선을 딛고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6년 총선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영남 지역에서 갖는 김 전 총리의 상징성 때문에 차출론이 끊이지 않았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에서만 5번째 선거에 나섰다.
선거 과정에서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정부와의 공조를 앞세우며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강점을 적극 부각했다. 침체한 대구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통해 33년째 전국 최하위인 지역내총생산(GRDP)을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려야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만들어진다”며 야당 심판론을 내세웠다.
김 전 총리는 선거 기간 여론조사에서 추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였으나, 실제 개표 결과 예상보다 큰 표차로 뒤졌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이 이재명 정부 견제론에 불을 붙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등판으로 보수 결집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