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데 진 것 같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수치상 ‘승리 성적표’ 받았지만
최대 승부처에서 막판 ‘역전패’
민심, 국정 지지 속 독주엔 제동
당정에 여야 협치 등 숙제 안겨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절묘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상 유권자들은 여당에 승리, 야당에 패배를 안겨준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정부·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여당이 국정기조, 당·청관계, 협치, 소통 등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관상 더불어민주당은 4년 전 국민의힘에 당한 완패를 되갚은 것처럼 보인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2개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에 내줬지만, 이번에는 12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빛바랜 승리로 남게 됐다. 강원, 충남, 울산 등 당초 여당 압승이 예상되던 곳에서도 접전을 벌였다. 표심은 여권에 쏠리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에 무게추를 둔 것으로 보인다.
1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는 보다 강한 민심의 경고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실시 전까지 이 지역들 중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다. 그러나 14곳 중 민주당은 9곳 승리에 그치면서 국회 의석수는 4석이 줄어들었다. 국민의힘은 4곳에서 승리하며 3석을 불렸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여권에서는 60%대인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이어지는 한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했다. 하지만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큰 틀에서 정부의 국정기조에 지지를 보내되 이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졌는데 아닌 것 같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각종 입법과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속도전은 시민들에게 효능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숙의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툭툭 던지는 다소 감정적인 메시지가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을 향해 “무오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이는 국정운영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 규제·금융·공공기관·연금·교육·노동 등 6대 개혁 추진에서도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기조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과 정부의 민생경제에 대한 실용적 접근에선 경제정책 초점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집중됐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피 지수는 올라가지만 실물경제는 체감적으로 나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 만큼 앞으로 양극화와 격차 해소 등 숙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 세대 보수화’ 정책적 접근, 국정 우선순위 둘 필요도
또한 청년세대 보수화도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접근도 국정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독주해온 민주당에 대한 경고도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민심이다. 여당 강경파가 주도한 각종 입법이 때론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집권세력의 오만으로 비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번 선거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정청래 지도부의 일방적 면모도 논란거리였다. 전북지사·경기 평택을 선거 공천 후폭풍으로 전국을 누벼야 할 여당 지도부가 진영 내부 싸움에 발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국 선거운동 전략에 차질을 빚으면서 서울시장 선거와 영남권 격전지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개혁 입법,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추진, 뉴이재명 논란 등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돼온 당정 엇박자와 계파 갈등 문제도 구태의연한 집안싸움으로 비치며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앞으로 있을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노선과 새 인물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