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1542.30원으로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55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오전 한 때 1549.1원까지 치솟아 1550원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17년 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환율은 15 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당시 기록(11일 연속)을 갈아치웠다. 심각한 고환율 상황이 가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환율의 고공행진은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5월 수출액은 877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난 4월 경상수지도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지난 3월(379억3000만달러)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지만 원화값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지속,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 부과 예고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유가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 수입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가공식품, 외식 물가, 공공요금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게 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에 시달리게 된다. 고환율·고물가에 올해 안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확실시되면서 우리 경제는 ‘3고’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의 호황으로 국내외 많은 경제기구·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까지 대폭 상향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거시경제 지표 관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고환율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원책을 단단히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원자재 수입 관세의 한시적 인하, 물가 불안 품목에 대한 수급 관리,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카드를 총동원해야 할 때다. 아울러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거래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