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인 가구가 늘면서 안전과 가격 투명성을 앞세운 여성 수리기사·여성 홈케어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라이커스 제공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집 안의 작은 고장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전등이 나가거나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고, 에어컨 청소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와도 선뜻 업체를 부르기 망설여진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룸 같은 좁은 공간이라면 더욱 어색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리기사 방문을 앞둔 여성들의 각종 ‘팁’이 공유된다. “현관문을 완전히 닫지 말고 문 고정 스토퍼나 택배 상자로 문을 살짝 열어둬라” “어색하면 현관 청소를 하는 척하라”는 조언이 오간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수리기사나 여성 전문 홈케어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여성 주택 수리 서비스 업체 ‘라이커스(Like-us)’의 안형선 대표는 10대 시절부터 자취를 시작해 대학과 직장 생활을 거치며 여러 번 이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전등, 수도, 문고리, 수납장 등 크고 작은 집수리를 직접 경험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집수리를 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 불편할까, 왜 불안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실제로 불쾌한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수리기사를 찾아봤지만 당시에는 관련 서비스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직접 여성전용 수리업체를 만들었다.
“사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등 1인 가구 여성들의 주거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어요. 주변 여성 동료들도 집수리를 해야 하는데 여성 수리기사가 있다면 훨씬 안심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각종 전동공구를 다루는 집수리와 설비 분야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 직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성별보다 숙련도와 경험이 더 중요하다.
안 대표는 “여성이라서 못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여성도 충분히 기술을 익혀 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이커스가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전등·수전·세면대 교체, 변기 부속 수리, 선반 설치, 커튼 설치 등 비교적 하루 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수리들이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렇다고 방치하기에는 생활 불편이 큰 작업이 주요 의뢰 대상이다.
여성들이 집수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불만은 가격의 불투명성이다. 과거에는 철물점이나 수리업체에 문의해도 “가서 봐야 안다”는 답변을 듣고, 작업이 끝난 뒤에야 최종 금액을 알게 되는 일이 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정 가격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괜히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고객들 가운데는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가격 협상 과정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라이커스는 방문 손잡이 교체 1만1000원, 커튼·블라인드 설치 2만2000원, 변기 도기 교체 9만9000원 등 서비스별 가격을 홈페이지에 사전에 공개하고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방식을 도입했다.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홈케어 업체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에어컨 청소와 가전 분해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여성 인력을 채용하거나 여성 전담팀을 운영하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필수 관리로 꼽히는 에어컨 청소 분야에서는 ‘고라니 홈케어’ ‘원더풀케어’ ‘옆집언니’ 등 여성 기사 전문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