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취향’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려운 문화 현장의 소식들을 풀어서 전합니다. 마음은 가볍게, 생각은 깊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서울시뮤지컬단 <더 트라이브>. 세종문화회관 제공
6월 둘째주, 유쾌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뮤지컬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심리전으로 관객을 몰아붙이는 연극이 관객을 찾아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와 장진 감독의 신작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입니다. 두 작품 모두 거짓말과 진실이라는 보편적인 화두를 품고 있는데요,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고대 부족이 나타난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 혹은 나를 조금 더 괜찮아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종종 거짓말을 하죠. 그런데 만약 거짓말을 하는 순간마다 누군가가 나타나 당신의 거짓을 들춰낸다면 어떨까요?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는 이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작품은 유물 복원가 조셉과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가 우연히 고대 유물을 훼손한 뒤 겪게 되는 기묘한 사건을 다루는데요, 이후 두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고대 부족과 마주하게 됩니다. 감추고 싶은 마음과 솔직해져야 한다는 압박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유쾌한 코미디로 펼쳐집니다.
2024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올해 재연을 맞아 대본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핵심 설정은 유지하되 보다 선명하게 ‘진짜 나를 마주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죠.
서울시뮤지컬단 <더 트라이브> 주역 7일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독창적인 설정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고대 부족이 나타난다’는 한 줄의 아이디어는 얼핏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지점은 의외로 현실적입니다.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 어려울까 질문을 던지죠. 작품은 웃음과 군무, 경쾌한 음악 속에 현대인들의 불안과 가면 뒤 얼굴을 비춥니다.
극 중 고대 부족은 인물들이 애써 숨기고 있는 욕망과 두려움, 진심을 끄집어내는 존재입니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군무와 다채로운 음악은 마치 한 편의 축제를 보는 듯한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여기에 왈츠와 탱고, 폴카 등 다양한 음악적 색채가 어우러져 창작뮤지컬 특유의 신선한 매력을 더합니다.
SNS와 이미지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더 트라이브>는 무겁게 훈계하는 대신 웃음과 노래를 통해 “진짜 나로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웃음과 재미, 위로와 생각할 거리를 함께 얻고 싶은 관객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공연기간: 2026년 6월 9일(화) ~ 6월 27일(토)
▶공연시간: 화수목금 19:30 / 토 15:00, 19:00 / 일 15:00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러닝타임: 100분
범죄자와 프로파일러, 일곱 번의 대면…연극〈댄포스가 옳았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배우 최영준과 김한결. 파커블앤코 제공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연쇄살인범과 천재 프로파일러가 벌이는 일곱 번의 대면을 그린 정통 심리극입니다. 무대는 뉴욕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치소를 배경으로, 12명을 살해한 범죄자 존 조우와 그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이 30분씩 허락된 일곱 차례의 면담을 그립니다.
줄거리만 보면 범죄 스릴러에 가깝지만, 작품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관객은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대신 누가 상대를 읽고 있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진짜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두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작품의 긴장감은 화려한 무대장치가 아니라 배우들의 시선과 호흡, 침묵과 대사에서 만들어집니다. 무대에는 사실상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하는데요,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조너스 보튼 역에는 박건형, 최영준, 강승호가 캐스팅됐고, 연쇄살인범 존 조우 역은 고상호, 김한결, 이현우가 연기합니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에 출연하는 배우 박건형. 파커블앤코 제공
일곱 번의 면담이 반복될수록 관계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객관적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한 프로파일러와 예측 불가능한 살인범의 대결은 체스 경기처럼 치밀하게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프로파일러가 범죄자를 분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관객은 누가 누구를 분석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작품은 장진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본격 심리극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읍니다.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유머로 사랑받아온 장진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딱 여섯 번만 웃길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웃음을 절제했다고 합니다. 대신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 묘사와 서스펜스에 집중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대화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입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연극의 힘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공연기간: 2026년 6월 12일(금) ~ 8월 30일(일)
▶공연시간: 화목금 20:00 / 수 16:00 / 토일 14:00, 16:00
▶공연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러닝타임: 100분